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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윤재석] 쉿! 오바마 모르게


몇 차례 미국에 정주했던 기억을 더듬어 한국과 미국의 공교육을 반추해 보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아이들은 고교 졸업 때까지 '푸른 초장에서 노니는 양 같은 청소년기'를 만끽한다. 도대체 공부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 교실 수업을 끝내면, 인근 공원에 나가 스케치를 하거나 박물관 견학을 하기도 하고, 때로 잔디구장에서 각종 구기 종목으로 단련도 하는 등 느슨한 커리큘럼을 소화한다.

하지만 대학엘 들어가면 일단 "죽었다!"고 복창하고 사생결단으로 학업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청소년 때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머리 싸매고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하는 풍토 때문이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미국식 공교육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공교육에 대고 쓴소리를 했다. 그것도 한국을 예로 들어서. 그는 10일 워싱턴DC 히스패닉계 상공회의소 모임에서 교육정책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1년에 한 달 정도 공부를 덜 한다"면서 "한국 아이들이 그렇게 한다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못할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한국 관련 모범 사례를 자주 인용해온 마당에 또 상찬한 연유가 지근에 유진 강 대통령 특보를 비롯, 크리스토퍼 강 입법특보, 김수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 등 한국인이 다수 포진해 나왔을 것임을 감안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의 본뜻은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을 지칭한 것일 터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게 아니다'는 말도 있듯 교육은 시간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 체계와 콘텐츠인 교육과정, 교사들의 자질·열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걱정이 된다. 행여 오바마가 우리 교육의 실상을, 유치원생부터 고3에 이르기까지 방과 후에도 이 학원 저 학원을 배회하는 아이들의 눈물겨운 일상을 눈치 챌까 봐 말이다. 그가 눈치 채기 전에 어서 우리 교육을 바로잡아야 할 텐데….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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