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칼럼] 美門에서 생긴 일 기사의 사진

성경 사도행전 3장에는 지체장애 걸인이 치유받은 기록이 나온다. 걷지 못한 채 미문(美門) 앞에서 구걸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그는 베드로를 만나 기적을 체험한다. 미문은 장엄한 헤롯 성전의 정문으로, 말 그대로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성경은 그 때가 제 9시, 기도 시간이라고 밝힌다. 제 9시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3시다. 당시 유대인들은 매일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에 기도 시간을 가졌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베드로가 이렇게 말하며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자 그는 발과 발목에 힘을 얻고 서서 걷다가 뛰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찬양했다. 은화나 금화로 체험할 수 없는 치유였고 기적이었다. 그도 놀랐고 사람들도 놀랐다. 기적은 그렇게 오후 3시, 마지막 기도 시간에 일어났다.

미문 앞의 지체장애 걸인. 이것이 인간 존재며,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세상은 문명과 물질로 미문의 위용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앞에 있는 인간의 근본은 어떤가. 죄인인 인간은 비참한 존재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에 휩싸인 현대인의 내면과 생활은 지체장애 걸인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대인은 절박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눈물을 흘릴 때가 하나님을 만날 가장 좋은 때'라는 말처럼, 절박한 위기, 그 오후 3시 같은 때가 기적의 치유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은화나 금화가 아니다. 삶의 각성과 변화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최근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대표 조너선 봉크 목사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황에 궁핍해진 지금이 영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일찍이 지적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나 현재 이 사회에는 각성과 변화보다 '막장 문화'가 활개치고 있다. 막장은 끝장까지 간 병리현상을 뜻한다. 대한석탄공사측은 막장이란 말이 부정적 의미로 사회에 통용되자 "광산 제일 안쪽인 막장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도 아니고 불륜이 있는 곳도 아니다.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는 숭고한 산업전사들의 희망의 터전"이라며 이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호소한다.

우리 사회의 일탈현상은 독주인 소주 판매량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판매량은 34억8417만병으로 2007년에 비해 5.6% 증가했다. 이는 국민 1인당 72.5병으로 19세 이상 음주 가능 인구로 계산하면 1인당 93병꼴이다. 4일에 1병, 한달에 8병 마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답답한 경제에 '빨리 먹고 빨리 취하자'는 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주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주를 마신다고 답답한 마음, 답답한 경제가 풀릴까.

독주가 아니라 각성과 경건 회복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현재 기독교에서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사순절은 성찰과 변화의 시간이다. '미문의 기적'은 기도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막장 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한 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앉은뱅이 걸인이 일어나 다시 걷고 뛰려면 경건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올해 부활절 주제를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자'로 정했다. 침울한 시대, 고통스러운 현실에 잘 맞는 주제다. 우리는 사회 전체가 다시 일어나기를 고대한다. 발과 발목에 힘을 얻고 뛰면서 내일을 노래하기를 갈망한다. 그러자면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변화는 기적의 문을 열게 한다.

김상길 교계협력본부장 s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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