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녀 목사 “선교지 잃었지만 탈북자 구했어요”

박필녀 목사 “선교지 잃었지만 탈북자 구했어요” 기사의 사진

"저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저 은혜 갚을 일이 까마득합네다." 함경도 사투리가 또렷한 백요셉(25)씨는 박필녀(61) 목사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박 목사는 백씨의 손을 꼭 잡으며 "모든게 다 하나님의 뜻이지. 요셉이는 앞으로 내가 했던 일의 10배를 할거야"라며 되레 격려했다.

박 목사는 지난해 9월 러시아로부터 강제 추방당했다. 2007년 11월 탈북자 신분의 백씨를 자신이 목회하던 우수리스크 소망감리교회에 숨겨줬다는 게 이유였다. 2007년 가을 탈북, 박 목사 교회에 숨어 지내던 백씨는 러시아 당국에 붙잡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했으나 탈북난민단체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을 통해 난민 신분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백씨는 얼마 전 취득한 주민등록증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지난 9일부터 충북 진천의 한 플라스틱 공장으로 출근하는 백씨는 "1∼2년 일하면서 생활 기반을 마련한 뒤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라며 "북한 인민들에게 내가 경험한 복음을 평생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씨 한 사람을 얻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박 목사는 지난해 9월 추방당한 데 이어 11월에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갔다가 러시아 경찰에 붙잡혔다. 박 목사를 기다린 건 수갑과 온갖 협박. 2시간만 차를 타고 가면 100여명의 성도들이 기다리는 우수리스크 소망감리교회인데, 결국 다시 눈물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말았다.

이제 박 목사에게 생전에 우수리스크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사역을 완수하기 위해 꼭 러시아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게 박 목사의 바람이다. 추방과 함께 공사가 중단된 새 예배당을 꼭 완공하고 싶어서다. "교회는 지금 엄마 없는 자식과 같아요. 그런데도 누구 하나 교회를 그만둔 사람 없이 모두 믿음에 견고히 서 있어요." 교회 얘기가 나오자 박 목사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현재 소망감리교회는 24세의 이유라 전도사와 학생 신분으로 기아대책기구 사역을 하고 있는 송해용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수난당한 고려인들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갖고 있던 박 목사는 1993년 자신이 전공한 유아교육과 음식, 춤 등의 기술을 가지고 무작정 러시아행을 택했다. 박 목사는 거기서 무료로 한글과 요리를 가르치면서 우수리스크 고려인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우수리스크 소망감리교회는 지금 100여명 성도가 출석하는 우수리스크 최대 한인 교회로 자리잡았다.

지난 15년간 박 목사는 안식년조차 없을 만큼 바쁘게 달려왔다. 이 때문에 박 목사는 "그동안 못 가졌던 안식년을 이번에 한꺼번에 갖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을 대신해 우수리스크를 방문해줄 사람을 모집하고, 우수리스크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 식당이나 공장 취업을 주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어려움과 슬픔을 겪고 있는 우수리스크 성도들에게 누군가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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