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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정화(鄭和), 카를로 브로스키. 거세당한 인물들 가운데 아마도 역사상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좋을 사람들이다.

사마천은 중국 역사서의 교범이라 불리는 '사기(史記)'의 저자이고, 명나라 때의 정화는 '지리상 대발견의 시대' 이전에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진출한 남해 원정의 주역. 그리고 '파리넬리'라는 예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브로스키는 18세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최고의 카스트라토(소년기의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세한 남자 가수)였다.

다만 세 사람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거세 이유. 사마천은 황제의 비위를 거스른 죄로 궁형(宮刑), 곧 거세형에 처해졌다. 또 회족(回族) 전쟁포로였던 정화는 환관으로 쓰일 목적으로 거세됐다. 이에 비해 파리넬리는 자의에 따른 거세였다. 물론 자의라 해도 본인 의사라기보다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을 테지만.

이처럼 거세는 환관이나 카스트라토 등 특정한 '사회적 필요'를 위해 시행된 경우와 형벌로 대별할 수 있으나 대체로 형벌적 성격이 더 강했다. 예컨대 고대 중국에서는 사형, 비형(코를 자르는 형벌) 등과 함께 궁형을 '5형(刑)'에 포함시켰고 중세 유럽에서는 왕족살해 죄인을 사형하기 전에 거세부터 했다고 한다.

그 후 문명화와 함께 거의 자취를 감춘 거세형이 지금 새삼스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성범죄자들에게 물리적 거세를 허용하고 있는 체코공화국에 대해 최근 유럽의회 산하 고문방지위원회가 중단을 요구한 것. 이에 따라 불붙은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중 누구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와 거세를 통해 동종 범죄 재발 방지가 가능한가 여부.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지만 일단은 찬성쪽이 더 무게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폴란드와 스페인이 호르몬 주사를 이용한 화학적 거세를 도입할 방침이거나 검토중이고, 미국에서도 루이지애나주가 텍사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에 이어 지난해 역시 화학적 거세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동)성폭력사태가 나라나 지역을 불문하고 심각하다는 반증. 거기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이 문제를 본격 공론화해야 할 듯싶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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