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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동 칼럼] 정동영 출마선언과 ‘뉴민주당’

[한석동 칼럼] 정동영 출마선언과 ‘뉴민주당’ 기사의 사진

정동영 전 의원의 4·29 재선거 출마를 둘러싼 민주당의 고민은 그를 공천하고 싶지 않은데 그럴 경우 득실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큰 결례지만) 사실상 당선 보장이라는 전주덕진에 출마하겠다는 그를 공천할 경우 '개혁공천' 후 다른 재·보선지역으로 바람을 확산하려는 계획이 동력을 상실할 것은 뻔한 이치다. 공천을 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가 뻔해 전략이 헝클어지기는 마찬가지여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서울동작을 지역위원장인 정씨는 당 지도부와의 협의 없이 며칠 전 미국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두고 볼 일이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라고 했다. 그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그와의 통화에서 유감을 표했고, 정 전 의원은 애당심을 강조하면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겠느냐"며 자세를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용단으로 자부할지 모르겠으나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그의 출마선언은 별로 탐탁지 않다. 국민들이 등신인 줄 아느냐는 말이 늘 있어왔지만 마음먹은 일을 국민이 두려워서 포기한 정치인이 있었던가. 그런 정치인들로부터 금방 얕보일 선택을 유권자들이 자주 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치에 격조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풍파를 겪더라도 義의 길을 택하기 바란다”

민주당 당권파가 정씨의 재등판을 찜찜해 하는 배경은 물어보나 마나다. 당내 역학구도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테니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계산이 당장 왜 없겠는가. 지금으로서는 희박해 보이지만 정씨의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당 내분, 심지어는 분당사태까지 예상할 수도 있겠다.

정동영씨는 국회의원, 집권당 대표,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낸 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의 여당 후보에 오른 정치지도자다. 그는 대선에서 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표 차이로 대패한 데 이어 이듬해 4월 총선 때 "동작에 뼈를 묻겠다"며 서울동작을 선거구 출마 배수진을 쳤다가 정몽준씨의 정면 승부수에 또 무너졌다.

비판자들이 그에게 아직 때가 아니라며 자기성찰을 더 요구하는 대목은 크게 나눠 두 가지다. 선거 연패의 부채를 안은 지 얼마나 됐다고, 더구나 땅 짚고 헤엄치자는 식으로 이렇다 할 명분 없이 고향 텃밭에 뛰어들어 당에 항칠을 하느냐는 것과, 좌파 10년 실정에 공동 기여한 것 외에 자책으로 귀결되는 이른바 자질 빈약 문제다.

가볍게 보이는 과잉 쇼맨십은 정치인이니 접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근원적 문제는 대선공약에 관한 것이다. 70세로 교원정년 상향, 예비군·민방위제도 폐지, 남북평화협정 체결, 대학입시 폐지 등이 그렇다. 좌파도 아닌 좌파지도자 냄새가 얼핏 풍긴다.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에 찬성한 경쟁후보를 겨냥해 "세계 용병공급처로 만들 거냐"고 맹공했던 것, 2004년 총선 때 "노인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것도 멍에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실정 책임을 세탁해 총선에서 회생하려던 당시 여당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릴레이에서도 그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그가 해묵은 우리의 정치숙어 '국민이 원한다면'을 꺼내지 않은 것과 '내가 깨끗이 굶어 죽으면 민족은 어쩌느냐'는 유(類)의 우국충정을 들먹이지 않은 것은 위안이다.

정치에도 격조, 품위 이런 룰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정동영 공천여부를 산고(産苦) 삼으면 좋겠다. '뉴민주당' 준비를 야심차게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공천과 공천배제 어느 것도 마땅찮다 싶으면 당이 풍파를 겪더라도 의(義)의 길을 택하기 바란다. 그럴 때 사람들은 흔쾌히 박수를 보낼 것이며, 그게 죽어서 사는 길이다.

한석동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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