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김기태] 저작권,법보다 사람 기사의 사진

디지털 시대가 발달할수록 그 중요성과 함께 문제점도 커지는 주제가 저작권이다. 일찍이 여러 석학들이 예견한 대로 모든 가치의 중심이 재화(財貨)에서 지식과 정보로 옮겨가는 요즈음, 저작권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해리포터'를 창조한 작가는 단숨에 영국 최고의 거부 자리에 올랐는가 하면, 소프트웨어의 황제는 잠깐 밀려났던 세계 최고 갑부의 자리를 탈환했다.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최근 200쇄를 찍었다는 소식도 따지고 보면 저작권의 위력을 과시한 것이며,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일컫는 말인 '밀리언셀러'도 저작권을 행사한 결과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 유료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저작권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타인의 자기 저작물 이용행위에 대해 이리저리 따져보는 저작권자들이 늘어남으로써 미덕처럼 여겨졌던 저작권 공유의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작권법 제1조는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고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란 "법에서 인정하는 힘"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권리는 상대적이어서 행사주체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있어야만 성립된다. 저작권의 대상은 당연히 저작물 이용자이며, 그렇다면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저작권 행사가 아닌 이용자와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무지를 틈타 일방적인 권리행사에 나서는 일부 저작권자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통해 정당한 권리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야 할 변호사들이 일부 저작권자들의 몰지각함을 등에 업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서 네티즌들의 저작권 침해사례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법률사무소에서는 무더기로 고소장을 제출한 뒤 고소취하를 미끼로 합의금을 요구한다고 하니 법조계가 문화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필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에게 자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저작권 의식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무조건 '법대로'를 외치는 행태가 못마땅한 것이다. 문화의 향상발전을 위해 무엇이 보호받을 만한 저작물이며, 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는지, 그리고 저작물을 정당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어떠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에도 제도권 교육은 물론 가정교육에 있어서도 전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저작권을 법에만 맡겨 둔다고 효과가 있을까.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이 전승되려면 저작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기에 최고의 지성을 표방하는 대학가에서 교재의 불법복제가 성행한하는 것은 치명적인 모순이다.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야 할 고급지식과 정보를 불법 복제물로부터 얻는 행위는 곧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불량식품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으로만 지켜지는 권리는 곧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고, 그 한계는 또 다른 법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법보다 사람'이라는 인식 아래 저작권 보호는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이나 한가지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야 한다.

김기태 세명대 교수 미디어창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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