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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위주의 아기자기한 야구는 스몰 볼, 장타를 앞세워 척척 점수를 내는 야구는 롱 볼이란 별명으로 통한다. 롱 볼은 축구에선 긴 패스이나 야구에선 홈런이다. 관중들이야 호쾌한 홈런에 환호하기 마련이라 스몰 볼은 롱 볼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제 막을 내린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별명이 몇 개 더 생겼다. 우선 스몰 볼과 롱 볼이 적절하게 물려 돌아가는 토털 야구다. 치밀한 조직야구를 구사하는가 싶다가도 때론 홈런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한국팀의 모습에 매료된 미국 언론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베네수엘라팀은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최강팀이었지만 한국팀의 홈런 두 방에 무릎을 꿇었다. 자로 잰 듯한 그물망 수비, 잦은 도루로 달리는 야구, 벌떼처럼 달려드는 계투 공세, 그리고 필요할 때 터지는 홈런포. 이런 한국팀을 몰라봤노라고 미국 언론은 고백했다.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일본에 졌다. 그래도 미국 언론들은 뒤진 상황에서 9회 말에 동점까지 추격하는 한국팀의 선전이야말로 관중의 가슴에 불을 댕길 정도로 활기찬 야구, 이른바 파핑(popping) 야구였다고 극찬했다. 이는 수비·주루 방해 등의 더티플레이를 구사한 일본팀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사실 미국 야구는 롱 볼이고 한국과 일본 야구는 스몰 볼에 가깝다.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이치로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200개 안팎의 안타를 쳐왔지만 1루타 위주다. 2·3루타의 경우도 외야로 빠지는 땅볼 타구에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만들어가는 식이다.

한국팀과 일본팀의 결정적인 차이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김인식 감독의 존재다. 분명 일본 야구는 기량이 매우 출중하다. 기량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끈끈한 단결력,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감독의 역할이 있었다.

김 감독은 결승전 패전 인터뷰에서 10회 초 이치로와 정면승부를 걸어 2점을 헌납한 임창용 투수를 탓하기보다 이치로를 걸러야 한다고 분명하게 지시를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는 자신을 비웠고 선수들은 그런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김 감독의 야구는 선수와 감독의 인격이 소통하는 휴먼 볼 바로 그것이었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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