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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정상권 (10) 한센병에 대한 편견 고치려 동분서주

[역경의 열매] 정상권 (10) 한센병에 대한 편견 고치려 동분서주 기사의 사진

우리 남원 정착촌이 특별히 잘살게 된 것은 그 어느 마을보다 크리스천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이들을 모아 새마을청년단이라고 이름 붙이고 마을발전을 위해 돕도록 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내가 있으면 열심히 일하다가도 조금만 한눈을 팔면 술마시고 노름을 했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다녀오다가 주민들이 모이는 곳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방문을 열었더니 밤새 술마시며 노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나 옆에 있던 요강을 들어 냅다 던져버렸다. 청년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을 쳤는데 나는 다음 주일부터 모두 교회에 나올 것을 명령했다.

당시 정착촌 주민들에겐 정부에서 양식을 배급했다. 나는 우리가 다 먹기도 넉넉지 않지만 한달 분은 교회에 헌미로 올려드릴 것을 권했다. 십일조였던 것이다. 그리고 교회를 중심으로 노인들의 환갑잔치도 해드리고 상을 당하면 장례를 잘 치르도록 도와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마을이 잘살게 되는 축복의 통로가 됐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고 하신 말씀을 의지하니 정말 그대로 된 것이다.

나는 한성협동회 간부로 전국을 뛰면서 국민들이 한센병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센병은 보건당국의 노력으로 이젠 거의 퇴치가 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한번 한센병환자이면 영원한 한센병환자인 것으로 여긴다. 일단 병의 후유증으로 얼굴과 손 등에 후유증이 있는데다 일제시대 때 강력한 격리정책을 쓴 것이 어른들의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센병은 DDS란 치료약이 개발돼 이젠 전염이 사라진 것으로 보며 국내에서도 대부분 완치됐다. 그럼에도 한센병환자를 격리해 관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한센병은 균에 노출돼도 면역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 발병하지 않는다. 발병 후에도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많고 특별히 면역력이 약해 노출이 되더라도 약을 먹으면 3일 내에 균이 사멸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부의 흔적만 보고 악수도 꺼리고 차별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센병 환자들에겐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사회복귀에 장애가 되어 요양소에만 머무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한센병은 처음에 '문둥병'에서 '나병'으로 바뀌었고 다시 현재의 용어로 바뀌었다. 그리고 헌법에서도 명칭이 개정됐다. 그런데 이 옛 용어들을 목사님들이 설교에서 생각없이 사용하고 언론 등에서도 막 사용해 한센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정착촌 주민 대부분이 잘살고 있고 사회적 편견도 많이 해소된 상태지만 좀 더 인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센병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구약시대의 나아만, 욥, 게하시에서부터 신약시대에는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을 예수님께서 고쳐 주시는 장면이 성경에 나온다. 한센병은 당시엔 고치기 어려운 병이었지만 예수님의 능력으로 단번에 고침받을 수 있었다.

육체의 질병은 마음을 병들게 하고 마음의 병은 육체를 병들게 한다. 그 모든 질병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해방된 강건한 영혼이다.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혹시 병에 걸리더라도 믿음으로 의지로 거뜬히 이겨내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병자와 같은 존재다. 어느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를 고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 한 영혼을 깊이 만나 주시고 기적을 베풀어 주실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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