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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승한] 솔로몬제도의 노인

[삶의 향기―이승한] 솔로몬제도의 노인 기사의 사진

남태평양에 위치한 솔로몬제도는 무덥다. 섭씨 30도를 훨씬 넘는 기온, 평균 70%를 넘는 습도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992개의 섬에 인구 50여만명인 이 나라는 주자원이 해산물과 열대우림인 가난한 나라다. 그런데 솔로몬제도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높다. 그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2004년 이곳에서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대형 집회를 취재하러 갔다가 만난 한 노인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만난 그는 구부정한 어깨에 백발이 성성한 주름 투성이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는 호텔 로비와 복도, 외부 객실로 통하는 행랑을 청소하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그가 행랑에서 조용기 목사를 만나자 무릎을 꿇고 안수기도를 요청했다. 별안간 일어난 일이라 주위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노인의 엄숙함과 진지함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경건 그 자체였다. 노인은 기도를 받은 뒤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노인을 찾아 연유를 물었다.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복을 받기 위해서 기도를 요청했다"고 했다. 젊어서부터 호텔에서 일해 왔다는 노인은 "솔로몬제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가난해도 서로 사랑하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자족(自足)이 행복의 비결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출애굽할 때 애굽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고 나왔다. 식량도 넉넉히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이 마라와 엘림을 거쳐 신광야에 다다랐을 때 식량은 바닥이 났다. 정확히 라암셋을 출발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불평과 불만이 쏟아지고 공동체 안에 불안이 엄습했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하늘로부터 만나를 내려 생명을 유지시켰다. 이스라엘 민족은 매일 아침 깟씨 같고 희고 단 것을 먹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이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그 말이 어원(히브리어로 만은 무엇이란 뜻)이 되어 매일 새벽 하늘에서 내려주는 일용할 양식을 만나라고 불렀다.

40년 동안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에서 하루하루 만나로 생명을 유지했다. 참으로 혹독한 삶이었다. 만약 하늘로부터 오는 만나가 풍성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게으른 자와 부지런한 자로 나뉘었을 것이고, 가난한 자와 부자가 생겨나 싸우고 분열해 공동체는 붕괴되고 가나안땅으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철저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을 만나를 통해 40년 동안 훈련시켰다.

자족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은 풍요 속에서 더욱 빈곤을 느낀다. 성공주의와 무한경쟁 때문이다. 무한경쟁에서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자신까지도 상대화시킨다. 절대 가치는 사라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정죄한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하지만 힘들수록 자족하는 지혜가 우리를 지켜준다. 자족하기 위해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복을 기대해야 한다. 정당한 노력과 정당한 대가는 하늘로부터 오는 신성한 복이다. 박연차 리스트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톡옵션을 받았다가 반납하는 부자들을 보면서 자족의 지혜를 배운다.

사도 바울은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빌립보 교인들에게 말했다. 당대의 율법가요, 유대인 중의 유대인이었던 바울은 진리와 복음을 위해 수많은 고초를 당했지만 자족함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 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자족하는 것이다.

이승한 (i미션라이프부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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