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산권 (11) 한센인 위한 국제기구 발족 주도

[역경의 열매] 정산권 (11) 한센인 위한 국제기구 발족 주도 기사의 사진

1988년 9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나학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 공무원 및 의사들과 한국 대표로 이 회의에 참석한 나는 마음이 답답했다. 그것은 한센병을 치료하고 환자들의 재활과 자립을 논의하는 이 모임에 정작 의사들과 사회사업가들만 있지 한센인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좋은 호텔에서 잠자고 잘 먹고 관광하면서 얼마만큼 한센병 환자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안타까웠다.

나는 한센병력을 가진 지도자로 활동을 해왔지만 한센인들을 위한 실제적인 국제 모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이때 처음 하게 되었다. 나는 공부를 많이 하지도 못했고 국제 감각도 없지만 이 비전을 가슴속에 품고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 저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주님이 허락하시면 가능할 것입니다. 세계의 한센인들이 모여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하길 원합니다. 이 길을 열어 주시고 인도해 주옵소서."

이렇게 계속 기도해오다가 93년 미국 올랜도에서 다시 국제나학회가 열렸고 여기서 내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적극 후원을 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구체화됐다. 이때 7개국 60명이 모여 총회를 열어 나를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 바로 국제기구 IDEA(Integration Dignity and Economic Advancement)다. 정식 창립총회는 1년 뒤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열렸고 나는 일약 한센인을 위한 국제 조직의 수장이 되었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기적적인 일이었다. 하나님은 결코 한센인들의 아픔과 눈물을 잊지 않으셨다.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주시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리스도의 자녀가 될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하셨으며 또 하나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IDEA가 탄생한 뒤 이 단체가 얼마나 많은 지구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었는지 모른다. 또 상한 영혼들을 복음으로 치유한 숫자를 일일히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국제IDEA의 회장으로 지금도 일하고 있는 나는 언제나 이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자리는 하나님이 만든 직함이기에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기도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는 일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IDEA가 한센인 국제 협력 기구라는 상징성만 가지려 했는데 하나님은 계속 사역을 확장시키셨고 더 많은 일들을 맡겨주셨다. 그리고 그 영역을 한국이 아닌, 세계로 확장시켜 나가도록 인도하셨다. 지금도 IDEA는 기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힘과 능력이 아닌, 그분의 역사하심에 따라 가면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

국제IDEA에서는 한센인들의 협력을 강조하고 한국IDEA에서는 주로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지어주거나 한센촌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운 교회와 학교들 중에서 가장 보람이 컸던 곳이 인도 콜카타에 있는 IDEA 미션스쿨이다.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한국에 돌아와 40일 동안 기도하고 후원자로부터 40% 정도 기부받고 오랫동안 모아놓았던 IDEA 기금을 털어 2003년에 만든 학교다. 교실 10개에 200명이 공부하고 기숙사에서 80명 정도를 양육하고 있다. 건물을 얼마나 예쁘게 지어놨는지 콜카타건축협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표지 사진에 게재될 정도였다.

이 건축과 여러 가지 지원 관계 때문에 나는 인도를 25번쯤 방문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계속 귀하고 소중한 사역들을 맡겨주셨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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