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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휴대전화/핸드폰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쓴 채 상대가 외치는 말을 알아맞히는 TV 오락 프로그램이 있다. 첫 번째 출연자가 외친 말은 '동문서답'인데 서너 사람을 거치면 입모양까지 다른 '마이동풍'이 된다.

신문이 남의 말을 전할 때도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아무개는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분명 '핸드폰'이라고 했는데, 지면에서는 '휴대전화'로 나온다. 의도적인 변형이다.

우리는 '손전화'를 두고 핸드폰, 휴대폰, 휴대전화라는 세 가지 용어를 사용한다. 신문은 휴대전화를, 일반인들은 핸드폰을 선호한다. 신문이 휴대전화를 쓰는 이유는 외래어 '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일종의 언어 자존심이다. 언어를 다루는 정부 기관에서도 휴대전화를 쓰도록 권장한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다. 처음엔 휴대전화만 있었는데 조금 지나 컬러폰이 나온 것이다. 이걸 컬러전화라고 써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점에 다시 효리폰, 보아폰, 김태희폰이 나왔다. 또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이 있고 DMB폰, PDA폰도 있다. 이 때문에 신문은 전화와 폰을 섞어 쓰는 자기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요즘은 영어식 표현이 일상화되어서 대중들이 '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또 전화와 폰이 각각 두 글자와 한 글자로 되어 있어 발음의 차이가 별로 없지만, 그것이 다른 말과 결합하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초콜릿폰을 초콜릿전화로 바꾸면 다섯 글자가 되어 발음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는 전화가 폰에 밀리는 은근한 이유가 된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니 '휴대폰 왜 이리 비싸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원 출처는 신문이다. 신문들도 열에 두셋 정도는 이제 폰으로 바꾸었다. 아직도 다수 신문은 전화를 고수하지만 폰을 사용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계속 떨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제목은 다른 부분도 좀 이상하다. '비싸나'가 맞는 표현일까. 이렇게는 안 쓴다. '비싼가'라고 해야 한다. '오다/가다'처럼 동작을 나타내는 말(동사)에는 '오나/가나'를 쓰고, '작다/아름답다'처럼 상태를 나타내는 말(형용사)에는 '작은가/아름다운가'를 쓴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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