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정세균 vs 정동영

[백화종 칼럼] 정세균 vs 정동영 기사의 사진

딱하다. 비럭질한 것을 서로 더 갖겠다고 싸우다 동냥자루 찢는다는 속담도 이런 경우를 두고 생겼을 터이다. 밥 빌어다 죽도 못 쑤어먹을 팔자로다.

정동영의 전주 덕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을 놓고 민주당이 보이는 적전분열상 얘기다. 명색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겠다는데 공천을 못 주겠다는 당 대표 정세균이나,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으면서도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정동영이나 도토리 키 재기다. 나름의 명분과 사정이 없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엔 정세균의 기득권 지키기와 정동영의 밥그릇 챙기기 싸움으로만 압축돼 비친다.

벌써부터 대권경쟁인가

정세균은, 이번 재보선을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의 기회로 삼기 위해 개혁 공천을 해야 하는데, 불과 1년 전 대선과 총선에서 연속 패한 정동영의 출마는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공천 불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로서는, 정동영이 원내에 진입할 경우 자신의 당 지도체제와 대권 가도에까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계산했음직하다. 특히 한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는 없는데, 두 사람은 같은 전북 출신으로 경우에 따라선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대결해야 할지도 모를 관계여서 더욱 그렇다.

정동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던 덕진으로 돌아가 출마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권에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그로서는 3년이나 더 외곽에서 맴돌 경우 당내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다. 또 지난번 총선에서 연고가 없는 동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낭패를 본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은데, 마침 덕진의 재선거로 연고지를 되찾을 수 있게 된 것도 천우신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대선에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당시 이기택 대표가 야당을 잘못 이끈다며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계 복귀를 강행하여 결국 꿈을 이룬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렸음직도 하다.

솔로몬의 재판과 두 사람

권력 투쟁을 본질로 하는 정치판이 원래 그런 곳이고,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가 이처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그들은 지도자답지 못하게시리 공개적으로 제 앞에 큰 감을 놓으려 함으로써 스몰 포테이토라는 인상만 남기고 말았다. 극적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지금 분위기로는 정동영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 되면 민주당은 정동영을 지지하는 구민주계와 정세균을 지지하는 386 세력을 주축으로 양분될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지율 1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갈라진다면 동냥치 자루 찢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지 않았으려면, 먼저 정동영이 은인자중하며 때를 좀 더 기다려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면 서둘러 출마선언부터 하기보다 당이 부를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고, 당이 부를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면 막후에서라도 그럴 만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다음은 정동영이 끝내 포기하지 않으면 정세균이 양보해야 했다. 그의 공천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를 공천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당 분열 등의 문제보다는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내분으로 한나라당만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 거대 여당에 쪼가리 야당이라. 정치가 더 절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정세균과 정동영은 이제라도 아이를 더 사랑하는 친어머니가 아이를 죽일 수 없어 아이를 포기한다는 솔로몬의 재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