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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미국에는 미국인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미국인은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만 빼고.

역대 대통령만 봐도 그렇다. 아버지가 케냐인인 버락 오바마는 말할 것도 없고 43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9명의 조상이 아일랜드인이다. 그 중 일부는 출신지까지 밝혀져 있다. 존 F 케네디의 경우 조부모와 외조부모가 모두 아일랜드의 웩스포드 카운티 출신이다.

미국만 그런가. 영국은 현 왕조 자체가 외국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속한 윈저 왕조는 독일인이 시조인 하노버 왕조의 직계다.

하노버 왕조는 스튜어트 왕조의 앤 여왕이 죽은 뒤 1714년 신성로마제국(독일)의 하노버 선제후(選帝侯) 게오르크 루드비히가 조지 1세로 등극함으로써 시작됐다. 1901년 에드워드 7세가 색스-코버그-고타 왕조로 개명한 뒤 1차 세계대전 때인 1917년 적국이었던 독일식 명칭을 피해 윈저 왕조로 다시 개칭됐다. 하지만 시조인 조지 1세는 죽을 때까지 영어를 몰랐다.

조상, 혹은 혈연관계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학(譜學)이란 이름으로 국학의 한 갈래로 분류되는 족보학(geneal-ogy)이 거의 모든 문명세계에서 연구돼온 게 이를 입증한다. 대상이 VIP나 유명인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렇게 보면 최근 중국 언론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진짜 본적'이 취안저우시 판산(潘山)이라고 또 다시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2007년에도 "우리와 그는 혈연관계"라는 중국 판(潘)씨들의 주장이 보도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일가(一家)타령'이 나왔다. 하기야 한국에도 일본 진무(神武)천황이 한국인이었다는 등 천황가가 한국계였다는 주장이 있으니 오십보 백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느낌은 여전히 찜찜하다.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고대 한국사를 집어삼키려던 중국이 이젠 '반기문=원래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한국인마저 중국인으로 만들려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해서 과잉반응이라고 탓할 것인가.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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