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상권 (13) 한센인 사역 인정받아 英 기독단체 공로상

[역경의 열매] 정상권 (13) 한센인 사역 인정받아 英 기독단체 공로상 기사의 사진

2001년 2월 인도를 향하는 내 발걸음이 무척 가볍고 즐거웠다. 이번에는 내가 소록도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소록도중앙교회가 헌금을 한 돈으로 교회를 지어 헌당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컸다. 한센인들이 정성을 다해 모은 물질을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전을 짓는 데 사용했으니 하나님이 무척 기쁘게 받으셨을 것이다.

새생명교회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 교회 담임은 인도 코인신학교를 졸업한 아이삭 목사(당시 전도사)였는데 사모는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이 있었다. 이곳에 교회를 세우기로 결심한 것은 빈민촌인 이곳에 움막을 세우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 27명을 사모가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근처에는 한센인을 포함해 40여세대 70여명이 역시 움막 같은 곳에서 살고 있어 교회가 이곳 공동체의 중심부가 된다고 판단했다.

은혜 가운데 헌당식을 치르며 나는 이들을 이렇게 격려했다.

"여러분 이 교회는 한국의 한센인들이 헌금을 모아 보낸 돈으로 건축한 것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그분들과 함께 생활했는데 참 가난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결과 이젠 잘 살게 되어 이렇게 나누는 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반드시 후일 이보다 더 좋은 예배당을 지어주는 사람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1999년 나는 국제 웰레스 레이 베일리 상 수상자로 선정돼 그해 11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상은 한센병 환자를 지원하는 영국기독교구라회(TLMI)가 제정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120여국에 125년 동안 한센병퇴치 및 지원사업을 전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공이 큰 사람들을 추천받아 2년에 한 번씩 시상을 하는데 내가 일본과 미국, 수리남의 수상자와 함께 상을 받은 것이다.

당시 시상식은 개회예배를 은혜롭게 드린 뒤 더스틴 TLMI 총재가 각자의 공적내용을 찬찬히 소개했다. 정상권 장로는 한센인으로 정착마을에 들어가 주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정부와 협조해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정착촌 주민들을 잘살게 했을 뿐 아니라 한센병과 한센인에 바른 이해와 인권회복에도 크게 기여했음을 알리는 내용이 소개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참으로 영광스러웠다. 더구나 상금도 1000파운드나 되었다.

수상자 소감 발표를 위해 강단에 오른 나는 "앞으로 남은 삶도 한센병 퇴치와 경제자립, 지위향상에 바치고 상금은 요즘 베트남에 건립되는 한센인 요양소의 전산시스템 시설비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다시 기립박수를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잊지 못할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동시에 나는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음에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높여주시고 자긍심을 갖도록 이런 선물을 주신 것이다.

나는 내가 늘 부족한 사람이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능력으로 귀한 일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어느날 나를 보고 도전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사역에 나서게 되었다. 인도인 친구 고팔은 공부를 포기했던 상황에서 다시 학업에 도전해 사회학 박사가 됐다고 내게 연락했다. 또 중국인 친구 공호빈씨는 나의 초청으로 중국 한센인으로는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나는 내가 주도하는 한센인 행사에는 언제나 그 주인공인 한센인을 많이 초대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행동하도록 순서도 맡기고 인사도 시켰다.

지구상에는 1600만의 한센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좋으신 하나님을 소개하고 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하게 돕는 것이 바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굳게 믿는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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