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상권 (14) 하나님 영광 위해 전세계 누비며 봉사

[역경의 열매] 정상권 (14) 하나님 영광 위해 전세계 누비며 봉사 기사의 사진

한국 IDEA에서 인도 다음으로 정성을 많이 기울인 곳이 필리핀 달러호우 마을이다. 그곳은 한센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다 사는 집 환경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가정방문을 하다 한 가정에 들르게 됐는데 한 여자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몸은 꼬챙이처럼 심하게 말랐고 눈만 퀭한 게 아프리카 기아 사진에서만 보던 어린이가 이곳 필리핀에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

나와 동행한 선교사한테 몸이 먼저 건강해야 영혼이 사는 것인데 저렇게 죽어가는데 복음이 제대로 전해지겠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나 그 선교사가 무슨 죄인가. 나는 일단 그 어린이가 내 눈에 띄었으니 지나칠 수 없었다. 당장 종합 비타민제를 사다 먹이라 하고 우유를 계속 먹이라고 몇 달분 우유값을 주고 한국으로 왔다.

다시 필리핀에 교회를 지으려고 3∼4개월 후 그곳에 다시 가게 되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아이가 전혀 다르게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기분이 좋아 그 애를 만지고 또 만졌다. 조그만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최근에 다시 갔을 때는 아이가 완전히 건강해져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국의 교회에 가서 선교보고 형식으로 전하면 성도들이 은혜를 많이 받는다.

요즘 내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곳이 중국이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옌볜에 내가 속한 예장 합동교단이 주도하는 '연변연합회'를 만들었다. 현지에 조선족 교회 8개를 세웠는데 거기에 나갈 선교사 8명을 장로회에서 교육시켜 작은 시찰을 세운 것이다. 이게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증거다. 내가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는가. 목사도 아니고 신학 공부를 했던 사람도 아니고, 한때는 인생 저 밑바닥에서 그렇게 어렵게 살던 사람이었는데 하나님이 시키시니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계속 선교활동 및 구제 사역을 하면서 참 힘들고 고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관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지만 찾아다니니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한번은 젊은 인도 목사님을 만나 선교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가려는 나에게 그 목사님이 조심스럽게 "교회 목사관에서 주무시고 호텔비로 헌금을 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목사관으로 갔는데 냉방이 안돼 찜통인데다 방안에 도마뱀이 제집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수돗물은 나오지 않고 아침에 식사를 준비한다고 냉장고를 열어 빵을 가져왔는데 곰팡이가 새파랗게 피어 있었다. 그 목사님이 너무 미안해 했지만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이런 환경에서 사실 사랑의 사역을 감당하려 해도 계속 이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체험을 통해 진정한 감사를 배우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낀다.

세계를 누비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선교하면서 느끼는 은혜, 쾌감, 희열, 감사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이런 추세로 간다면 최소한 교회를 50개는 짓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계속 기도하고 있다.

현장을 다니며 너무 감사한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변화를 실감 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한 번씩 찾아가는데 아이들이 손님이 왔다고 무용도 하고 성극도 발표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퀭한 눈에 영양실조에 걸렸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맥이 빠져 있다가도 새로운 힘이 또 솟는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