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소통’ 대신 ‘호통’ 치는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수첩] ‘소통’ 대신 ‘호통’ 치는 영화진흥위원회 기사의 사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인트라넷 홈페이지 익명 게시판을 실명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5분 이후에도 노조 천막 근처에서 서성이는 직원 및 해당 직원의 상사에게도 문책하겠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영진위 직원인 A씨는 지난달 30일 출근해 팀장으로부터 위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제껏 활발한 소통의 창구로 마련된 익명 게시판에 강한섭 위원장에 대한 비방 글이 이어지자 매주 월요일 팀장급으로 구성된 주간회의에서 강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내용이다.

지난달 19일 인사 평가 없이 계약직 연구 직원 5명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해고 통지로 촉발된 영진위 내부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들은 정책연구소의 핵심 인력으로 2007년과 2008년 업무성과 평가에서 해당 팀을 우수팀으로 이끌고, 계약직으로는 처음 우수 사원으로 선발된 직원"이라며 "틈틈이 이너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하려 한 위원장이 이번에도 자기 사람을 앉히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영진위 측은 폭력,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24일 노조 간부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영진위 내외부적인 갈등은 비단 이번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렸던 콘퍼런스에서 강 위원장이 "얼치기 하류 진보가 이제껏 영화 정책을 이끌었다"고 폄하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다.

한국 영화 위기론이 불고 있는 지금, 서울 청량리동 영진위 내부 건물은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글로 도배되는 등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 해결은 조직 내부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익명 게시판을 실명으로 바꿔 잠정적으로 의견을 잠재우는 것보다 영진위 내부와 영화계 의견을 폭넓게 듣는 것이 영화계 수장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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