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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동 칼럼] 북한을 변화시키려 할 게 아니라

[한석동 칼럼] 북한을 변화시키려 할 게 아니라 기사의 사진

발사가 임박했다는 북한 로켓이 인공위성 광명성 2호냐 미사일 대포동 2호냐는 논란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이나 그게 그거라는 데에도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다. 핵 문제로 몇 년을 떠들썩하더니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며 더 법석을 떨다 이렇게 슬그머니 잦아든 것은 불과 두어 달 안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엊그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회견에서도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가 확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더라도 군사적 대응에 반대하며, 개성공단을 대화 창구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 전체 무역순수익의 절반이 넘을 거라는 6200만달러를 벌어가 그들의 달러박스로 자리잡은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는다는 약속까지 자청할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개성공단 존폐 결정은 전적으로 북한측 소관사항임을 생생히 목도해 왔다.

“북한이 절대 하지 않을 비핵·개방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

비핵·개방·3000, 즉 핵을 완전 폐기하고 개방을 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해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달 전쯤 미국측 행보가 단계별로 느슨해지면서 미세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북한 로켓을 우주발사체로 규정하고, 북한이 핵폭탄을 여러 개 만들었다고 했으며, 로켓 요격 언급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중국 러시아의 시큰둥에 겹쳐 급기야 로켓 발사 유예 협상 전망까지 나온 마당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기대는 전보다 더 컸다. 군사적 경제적 방안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정치 외교 사회 문화까지 동원해 조합하는, 원칙과 실용을 결합한 '스마트파워외교'를 천명했을 때 대개 무릎을 쳤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기대 난망이다. 미국의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의심하는 견해까지 나온다. 어쩌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MD) 구축을 위해 북한 핵·미사일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 관계에서 명념할 것이 있다.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할 일을 왜 하겠느냐는 반문, 한·미동맹을 파기해야 핵을 포기하겠다는 주장은 액면대로 받아들여야 맞다. 그들에게 핵무기는 곧 생명이다. 10년 좌파 집권기에 그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몰두했다. 경제 규모가 남한의 36분의 1에 불과한 그들에게 그것은 밑천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그런 판단과 선택은 거의 적중했다.

또 하나는 개방을 유도해 북한 당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실상은 거꾸로라고 해야 옳다. 대북 유화책만이 화평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은 무책임하고 불순하기까지 하다. 북한 정권은 주체(김일성 생일) 100년과 김정일의 70세 생일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조선노동당 간부가 중국에서 남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전했다는 한 구절을 인용한다. "(장군님이) 강성대국이 별거냐, 남조선 경제 위에 우리 탱크를 올려놓으면 된다고 했다는 말이 북한에 나돌고 있다."(3월19일·동아일보)

'비핵·개방·3000'은 대북정책의 목표라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대북정책이 두 가지 잘못, 즉 북한 정권이 절대 하지 않을 것이고 하고 싶어도 못할 비핵·개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은 문제다. 그들에게 비핵과 개방은 죽음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정책의 목표라고는 해도 우리의 능력과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목표는 근본을 바꿔야 한다. 목표를 위한 목표에 기초한 정책은 신기루를 쫓다가 소멸하게 마련이다.



한석동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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