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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진홍] 軍 ‘골프감찰’


박세리, 최경주, 신지애 등의 눈부신 활약 때문인지 골프라는 운동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아직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식사비를 포함하면 휴일 한 차례 골프장 이용료가 2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군인은 좀 다르다. 군인에게 골프는 체력단련의 일환이다. 군이 보유한 전국 29곳 골프장의 명목은 체력단련장이다. 전체 넓이는 서울 여의도의 4배 가까이 된다. 회원으로 등록된 군인들의 그린피는 2만∼3만원이어서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이런 '특혜'가 군 스스로의 발등을 찍었다. 군은 지난해 11월 근무지를 벗어나 상습적으로 골프한 예비군 지휘관 11명을 구속한 뒤 최근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군 골프장을 이용한 군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창군 이래 처음 실시되는 '골프 조사'다. 그 결과 지난달 말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골프한 군의관 9명이 구속됐고, 어제도 군의관 11명이 구속됐다. 며칠 사이에 20명을 구속한 것이다.

구속자는 더 늘어날 것 같다. 같은 혐의로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군의관이 90여명이며, 군의관을 제외하고 평일에 군 골프장을 이용한 현역 군인이 7000여명이라고 한다. 장성도 포함돼 있다. 군은 이들의 개인소명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 대상자를 선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간 긴장이 완화됐다지만 골프에 취해 지내는 군인들이라니, 군기가 빠져도 너무 빠졌다.

군의 엄정수사 의지 표명에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왜 군의관들만 구속수사하느냐는 게 핵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군의관이 근무시간에 골프한 것은 잘못이지만 육사출신을 비롯한 직업군인에게는 소명기회를 제공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구속된 사람이 모두 군의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비판이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

군은 조사 대상자 전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군의관 군기잡기'라는 오해를 불식하고, 군의 기강을 바로세우는 길이다. 과연 구속할 사안이 되는지, 도주 우려가 없는데 과잉 처벌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군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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