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김연아 경기 모습 보셨지요? 기사의 사진

문외한이 보기에도 김연아 선수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 당연히 타고난 재능과 신체적 조건이 남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8∼9할은 각고의 노력과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땀만 흘린다고 실력이 그처럼 눈부시게 늘지는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더해져야 능률과 성과는 배가될 수 있다.

언론 보도로 미루어 그간에 돈 문제도 예사롭지 않았던 듯하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세계적 선수가 되는 데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따른다. 그걸 감당하느라 김 선수 부모는 허리가 휘었을 것이다(지금이야 대기업들이 김 선수를 광고모델로 모시지 못해 안달한다고 할 정도가 되었지만).

김 선수에 비해 우리나라 정치인 여러분들의 경우는 어떠신지…. 싸잡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모범적인 정치인도 많이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대다수 정치인은 훌륭한 인격자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정치인들의 안 좋은 행태들이다. 과잉왜곡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게 현실인데 어쩌랴.

극히 일부의 인사들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계속하자. 이들은 땀 대신에 요령으로 남다른 이익 또는 지위를 차지하려 온갖 재주를 부린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면서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빛은 거의 없다. 오직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김 선수는 자신의 직업인 피겨스케이팅에 국민의 사랑을 가득 부어준다. 이에 반해 (다시 말하거니와 극히 일부의)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직업인 정치에 국민적 혐오를 덧씌운다. 김 선수는 좋은 땀의 축복된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는데 극히 일부의)정치인들은 과욕의 허망한 말로를 보여주곤 한다. 김 선수의 지위(세계 랭킹 1위)는 국민에게 자랑스러움을 안겨주는데 정치인들의 지위는 수치심을 끼얹는다.

모두 14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5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선거 준비과정이 시끄럽다.

하긴 여야가 실질적 경쟁을 벌일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지역연고정당의 차지가 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험악하다. 공천을 둘러싸고 같은 정당 내 계파나 세력들이 대립·대결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탓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인 부패, 부패 정치 문제가 연일 언론의 지면과 화면을 뒤덮고 있다. 정치인, 고위관료, 권력자의 측근이라는 명패나 연줄을 앞세워 남의 돈 뜯어내고 얻어내기에 혈안이 되었던 뒤끝이라고 한다.

김 선수의 스케이팅 모습이 화면에 비치면, 그게 몇 번째 보는 장면이든 상관없이, 가족이나 동료 가운데 혹시라도 놓치는 사람이 있을까봐 서로 불러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야! □□씨! 연아 나왔어, 연아!"

국리민복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 관료들도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아닐까. 그런데 어쩐지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에서 자주 이런 말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런 사람들 나오는 걸(TV화면) 왜 보고 있어? 그만 들어가서 자!"

정치를 하시거나 공무를 보신다며 높직한 자리에 앉아 계시는 분들, 김연아의 경기 모습 지켜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수로서의 성장과정도 읽거나 들으셨겠지요. 김 선수가 요령을 피우고 억지를 부려 1등 하려 하던가요? 스케이트나 얼음판을 함부로 다루던가요? 선한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던가요?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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