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나무는 숲의 전부를 탐하지 않더라… ‘숲에게 길을 묻다’

[책과 길] 나무는 숲의 전부를 탐하지 않더라… ‘숲에게 길을 묻다’ 기사의 사진

‘숲에게 길을 묻다’/김용규/비아북

5일 식목일이 다가왔다. 우리는 왜 나무를 심는가. 이 책은 숲에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억 년 삶을 이어온 숲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을 인생 경영 철학서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 책은 성공과 성장 위주의 기존 자기계발서에 비해 공동체 관계를 중시하고 개인의 성찰을 모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기계발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춰야 할 마인드를 숲 속 생명체들의 삶의 방식에서 찾는다. 나무와 풀이 어떻게 생겨나고 꽃은 어떻게 피어나는지, 생명의 탄생과 결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오랫동안 삶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숲의 생존 방식을 소개한다. 사람들의 무한경쟁과는 달리 공생과 평화로 대변되는 숲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와 이동통신사에서 인사 및 경영전략을 담당했던 저자는 IMF 직후 기업 확장의 일환으로 회사가 차린 벤처사의 CEO를 맡아 7년간 일했다. 남들은 희망의 길 위에 섰다고 했지만, 그에게 이 기간의 삶은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는 두발자전거와 같았다. 희망 아닌 것들이 희망을 대신한 시간이었다.

갈수록 일에 대한 열정은 식었고 CEO의 삶은 남의 옷처럼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마흔의 길목에서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자연에 세 들어 '숲처럼 황홀하게' 살고자 한 것이다. 농사를 짓고 나무를 키우며 살아가던 어느 날, 숲 속에는 나무와 풀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 속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이는 인간을 향한 은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숲을 스승으로 삼아 얻은 자연의 가르침과, 그간 기업과 자아경영을 통해 얻은 경험을 결합해 풀어낸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숲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버리는 것으로 꽃을 피우는 초목들의 절제된 생명력과 저장력, 개미와 진딧물처럼 서로를 살찌우면서 살아가는 공생의 지혜, 자신의 씨앗을 품 안에 두려 하지 않는 식물들의 자녀교육법, 철저하게 썩어 흙으로 돌아간 다음 다른 생명을 키우는 나무의 죽음….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책의 1막에서는 자신의 처지에 맞게 스스로의 살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생명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마라. 칡덩굴에 온몸이 휘감겨도 햇빛을 향하는 버드나무의 힘찬 노력처럼 숲에는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하는 생명이 없다."

2막에서는 키가 작은 풀들이 빛을 보기 위해 하루하루 다투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퉈라, 그러나 제대로 다퉈라. 나무는 숲의 전부를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들풀은 제자리가 아닌 곳을 탐하지 않는다. 자신과 경쟁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완성하라."

3막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를 살리는 숲의 모습을 다룬다. "두려워하지 마라.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척박한 땅에 피어 번영을 누리는 질경이처럼 스스로 길을 내어 열정을 불태워라. 또한 연리목처럼 사랑하라. 그들은 자신의 살을 내어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다."

4막에서는 죽으면서도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2세를 위해 자신의 몸을 헌납하는 자연의 모습을 소개한다. "정작 두려운 것은 살아 있으되 삶을 헛되게 사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철저하게 살아라.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는 온전히 썩어라. 한순간도 살지 않은 것처럼."

책은 숲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4편의 시와 여러 장의 사진을 곁들여 보여줌으로써 읽는이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을 얻고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충북 괴산의 '행복숲'에 지은 '백오산방'이란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대, 마침내 숲을 이루십시오'라는 제목의 시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대 타인이 되려 하지 마십시오. 오로지 그대 안에 숨죽이고 있는 씨앗을 발견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싹틔워 그대다운 나무로 성장하십시오. 마침내 누구나 걷고 싶은 숲을 이루십시오. 그렇게 푸르고 아름답게 살아가십시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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