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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인 6년만에 펴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김선태 시인 6년만에 펴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기사의 사진

희로애락 녹아 있는 진창의 노래판, 바다…

전남 목포하면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를 부른 이난영의 애절한 가사와 목소리가 떠오르지만 이제 목포는 김선태(49·사진) 시인에 의해 해양 문학의 전초 기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부각될지도 모른다.

6년 만에 펴낸 그의 세 번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창비)는 우리 문학이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바다 혹은 해양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굴곡진 해안선마다 어머니 기다란 치맛자락 휘휘 늘어져 있다./허리까지 숭숭 빠지는 갯벌은 넉넉하고 싶은 그늘을 드리웠다./희로애락이 두루 녹아 있는 저 진창의 노래판,/(중략) 이윽고 일몰의 수평선 너머로 붉디붉은 가락 하나 저문다/잘 삭은 적막,/절창이다."('서해에서')

김선태의 시편에서 바다는 가장 강렬한 발생론적 지점이다. 그 지점은 단순한 풍경으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인간의 바다로 변주되는데 이는 김선태 시편의 독특한 브랜드성을 배가시킨다.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오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일이 무엇이겠는지요? (중략)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조금새끼' 중)

조금새끼에는 바닷사람의 운명이 암시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출어가 중단된 조금 물때에 뭍에 머무는 동안 생겨난 조금새끼는 아버지의 운명을 닮아 다시 바다로 나가 풍랑과 싸울 수밖에 없다. 바닷사람의 이야기를 채록해 시로 재생산하는 그의 시선에도 고스란히 소금기가 배어 있다. 눈망울 안에 파도가 살고 있으니 보이는 게 바다요, 듣는 게 바다 이야기다.

쌀 한톨 나지 않는 서해 어떤 섬마을에 살았던 늙은 이팝나무 이야기를 담은 '그 섬의 이팝나무'를 비롯, 자기 그림자에 놀라 밤새 도망다니는 꽃게, 짝짓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한목숨 거는 홍어와 그밖에도 우럭 말미잘 숭어 등의 우화가 사람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환기하면서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므로 그의 시들은 곡진한 이야기시에 가깝다.

"한여름 신안 증도 태평염전에 가서/한 염부의 작업복에 핀 소금꽃을 보았습니다./소금농사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그래서 소금을 사람이 만든다고 하지 않고/하늘에서 내려오신다고 말하던 그가(중략)/소금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염화' 일부)

김선태의 시 세계는 시로 쓰는 바다생태학에서 출발해 바다가 가진 다른 차원의 물질성으로 완성된다. 말마따나 바다라는 진창의 노래판에서는 노래마저 곰삭아 하얀 염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김선태는 한국시사에서 보기 드물었던 바다시편의 한 차원을 넓혔다고 말할 수 있다.

목포대 국문과가 그의 일터이기도 하거니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목포 인근 압해도에 바다생명문학관을 짓고 본격적으로 해양 문학의 창작과 연구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그의 포부는 또한 목포가 고향인 김지하 시인의 격려를 얻어 하루하루 무르익고 있다. 시인은 "적막하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한반도 서남부 변방 목포. 그러나 그 변방이 내 생의 고향이요 종착이다. 내 시도 여기에 끝까지 닻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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