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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과 초현실의 결합 기괴한 환상의 세계로… 성동훈 ‘머릿속의 유목’ 展

금속과 초현실의 결합 기괴한 환상의 세계로… 성동훈 ‘머릿속의 유목’ 展 기사의 사진

성동훈(43) 작가의 조각품이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 들어오던 날 전시장 안팎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작품이 너무 크고 무거워 입구로 들이지 못하고 지게차까지 동원해 운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미술관 직원들은 며칠 동안 꽤나 근력을 소모하며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머릿속의 유목(遊牧)'전은 우선 작품들의 육중한 규모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금속과 시멘트, 철근과 용접자국들이 주는 거친 재질감은 남성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거기에 이성과 몽상, 문명과 야만,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가 교차하는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가 더해져 관람객들을 주술적 마력으로 빨려 들게 한다. 철근 콘크리트와 초현실주의의 결합이라고할까.

'돈키호테'는 이번 전시의 표제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안주의 유혹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키호테는 황소 등에 올라탄 채 정상과 광기를 오가는 유목의 길을 떠난다. 이 기계인간형 돈키호테는 추락한 F16 전투기와 노쇠한 헬리콥터 잔해물들로 만들어졌다. 통상적으로는 구입이 거의 불가능한 재료인데, 공군사관학교로부터 제공받았다고 한다. 로시난테 대신 등장한 황소는 온몸이 꽃으로 뒤덮여 있다. 진짜 꽃은 아니고 조화(造花)다. 황소 탄 돈키호테는 이처럼 겹겹이 아이러니를 구축한다.

산양을 재현한 '자연의 신'은 1만2000여 개의 투명 플라스틱 구슬로 장식돼 있다. 구슬을 일일이 연결시키고 안에는 푸른색 LED 조명을 장착했다. 빛을 투과하는 구슬 고유의 물성으로 인해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로 145㎝, 높이 235㎝, 무게 500㎏의 대형 두상 '머릿속으로'는 관람객이 다가서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기이잉…" 소리와 함께 세로로 쪼개져 서서히 열린다. '사람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하는 의문을 작가가 좋아하는 '무식한' 방식으로, 머릿속을 직접 열어보여 구현했다. 뚜껑 열린 머릿속에는 '뮐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본 뜬 토우, 스텔스 전투기, 돼지 저금통 등 동시에 공존하기 어려운 오브제들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순차적이지도 않고 논리적 개연성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이번 전시는 성동훈의 10번째 개인전으로 19년간의 작가세계를 응축하고 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소요 시간은 보통 석 달 이상. 그는 평소 "나는 무식한 게 좋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끝 모를 인내심으로 우직하게 작업한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이 조각가를 '조르바형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그의 작품에서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야성의 영혼이 느껴진다. 시류에 얽매이지 않고 늘 개성 강한 전시회를 기획하는 이 미술관 분위기와도 잘 호응한다(02-736-4371).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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