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김홍도 8폭 병풍이 1억도 안돼?… 진위 논란

[문화수첩] 김홍도 8폭 병풍이 1억도 안돼?… 진위 논란 기사의 사진

"아니, 단원 김홍도가 그렸다는 8폭 병풍이 4500만원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김홍도 작품이라면 4500만원이 아니라 5억, 10억원이 넘어야죠."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 때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병풍 그림 화첩평생도(畵帖平生圖)가 추정가 4500만∼6500만원에 나온 사실에 분노했다. 이 작품은 경매 당일 73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김 회장은 "요즘 그림 보는 사람들 눈이 얼마나 밝은데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병풍에 찍힌 낙관 자체가 후대에 찍은 '후낙'"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옥션사 경매장에 가짜가 너무 많이 나온다"면서 "고미술품을 잘 모르는 경매회사가 '따루쟁이'(시중에 가짜를 유통시키는 업자들을 일컫는 업계 속어)들을 키워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측은 펄쩍 뛰었다. 김홍도 작품이라고 단정한 적이 없으며, 분명히 작품 이름 앞에 '(傳)'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칭작'의 준말로, 확실치는 않지만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 강하게 추정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누구의 작품으로 전해진다'는 뜻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신뢰할 만한 외부 감정위원들이 진품이라고 추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면서 "고미술협회장이 무책임하게 던진 말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진품인지 분명치 않으면 '작자미상'이라고 표시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 회장은 심지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협회측에서 '작품 철거'를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리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미술계를 대표하는 단체와 최대 경매사의 충돌 바탕에는 온갖 위작이 난무하는 국내 미술계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양측의 감정싸움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관련 업계가 뜻과 힘을 모아 '공인'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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