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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삼천갑자동방삭


어느 집에서 귀하게 아들을 얻고는 오래 살라는 뜻에서 장수와 관련된 단어들을 죽 나열해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TV 코미디 프로에서 들은 그 이름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이다. 부르기가 난처하다. 그냥 '아무개야'라고 할 상황이어도, 끝의 '야'라는 토씨 하나 달려고 큰 번거로움을 감내한다. 더욱이 '아무개가 물에 빠졌다'라고 황망히 말을 할라 치면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답답함을 견디기 어렵다.

이번엔 아무개가 친구를 집에 데리고 가는 중이다. 저 멀리 집이 보이자 아무개가 말한다. "저∼기 저 새로 지어진 3층짜리 단독주택이 우리 집이야." 이 경우 친구의 답변은 "아하, 그렇구나"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아무개가 바로 집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치자. "이 새로 지은 3층집이 우리 집이야." 이 경우 친구의 답변은 "(새로 지은 것과 3층집이라는 것쯤은)알고 있어." 정도가 될 것이다. 그냥 "이게 우리 집이야" 정도면 족할 것을 굳이 으쓱하는 듯한 수식어를 붙여 눈총을 받게 된다.

이런 표현을 굳이 이름 붙인다면 가분수꼴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 앞에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리고, 서술어는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전달 요지는 뒷부분에 있으니 '김수한무…가 물에 빠졌다'와 다를 바 없다. 이런 가분수는 진분수로 만들어주는 게 좋다. '이게 우리 집이야. 3층짜리 단독주택인데…' 정도의 흐름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문화에 적응하고, 그것을 적극 이용하고, 또 편승한 지난 정부의 디지털 정치의 가벼움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 의해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됐다.'

이 글은 첫머리부터 뒷부분 '염증을 느낀'까지가 '국민'을 수식하는 대형 가분수 구조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앞부분을 읽을 때 글쓴이가 무엇을 얘기하려는 건지 감을 잡기 어렵다. 결국 끝머리에 가서야 '글의 의도가 이거였구나' 하게 되는데, 그걸 느낄 즈음에는 정작 앞의 내용을 까먹기 십상이다. 이때는 문장을 가르는 게 좋다. 이는 문장을 하나로 할지 둘로 가를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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