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연극 연출가 리 브루어 ‘이상,열 셋까지 세다’ 무대 올려

美 현대연극 연출가 리 브루어 ‘이상,열 셋까지 세다’ 무대 올려 기사의 사진

이상(李箱)의 이상(理想)을 좇다

"이상(李箱)은 요즘 뉴욕에서 볼 수 있는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가 같아요."



미국 출신의 현대연극 연출가 리 브루어가 이상에 대해 내린 정의다. 브루어는 "시인 이상은 미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본을 받기 전까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서 "이상은 나와 비슷한 성향인 거 같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도 맞아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상은 카프카와 랭보이자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다. "이상은 20년대 초현실주의 작가였습니다. 그의 모습은 카프카나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랭보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뉴욕에 있는 모던한 타입의 예술가나 로큰롤 스타, 커트 코베인이 떠오릅니다."

브루어는 연극 '이상, 열셋까지 세다'를 통해 20세기의 이상을 21세기 현실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 연극은 이상의 이야기면서 이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 이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상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연극적 방법으로 재창조하기 때문이다. 무대에는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배우 모두는 이상일 수도, 구본웅 화백일 수도 금홍이일 수도 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비틀고 뒤집어서 변형시킨다. 이상의 시가 전통적인 문장, 의미, 형식을 거부하듯 '이상, 열셋까지 세다'도 새로운 시도 안에 심각함과 블랙 코미디, 대중성과 추상성을 함께 뒤섞는다.

"이상의 마음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다보니 추상적일 수밖에 없네요. 비디오, 프로젝터, 인형극, 왜곡된 음성 등을 통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겁니다. 포스트모던 연극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극을 볼 때 연극으로서 뿐만 아니라 설치미술로도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실험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브루어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등장인물의 성(性)을 바꿔 만든 '리어'를 비롯해 왜소증 남성배우를 기용한 '인형의 집', 소포클레스의 '콜로너스 오이디푸스'를 각색해 흑인 가스펠 가수만 등장시킨 '콜로너스의 가스펠' 등 파격적이고 신선한 작품으로 미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

브루어가 보기에는 삼일로창고극장도 이상을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1975년 설립된 70석 규모의 소극장은 한때 젊고 가난한 연극인의 무한한 꿈과 땀으로 가득했던 공간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연극의 주류인 대학로에서 떨어져 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유명 연극이 대세를 이루는 공연계의 메인스트림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이상의 문학세계가 당시 문학의 흐름과 분리된 것처럼 말이죠."

'이상, 열셋까지 세다'는 5월1일부터 6월28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된다(02-319-8020).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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