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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윤재석] 슈피겔의 쓴소리


독일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Der Spiegel)'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매체다. 2002년 작고한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이 1947년 창간한 슈피겔은 정론보도와 탐사보도, 그리고 공격적인 논조로 명성을 쌓았다.

그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탄압도 받았다. 슈피겔이 62년 10월8일자에서 당시 서독군의 방위태세를 문제 삼는 기사를 게재하자 사법당국은 군사기밀 누설죄를 적용, 슈피겔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아우크슈타인 발행인을 구속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히려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의 불씨가 되어 정부를 향해 날아간다. 결국 슈피겔 탄압을 주도한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가 임기 2년을 남겨 놓고 물러나고 프란츠 슈트라우스 국방장관도 사퇴한다. 이후로도 84년 경제장관 뇌물 스캔들과, 99년 기민당 비자금 스캔들 보도 등으로 정·관계의 비자금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그런 슈피겔이 최신호에서 지난주 열렸던 런던 G20 정상회의에 대해 쓴소리를 토했다. 워싱턴지국장인 가보르 슈타인가르트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상들이 '역사적 합의' '전환점'이라고 자화자찬했고 그들의 등 뒤에는 안정, 성장, 고용이라는 회의 모토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이번 합의를 통해 예고한 것은 빚, 실업, 인플레이션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말까지 5조달러를 쏟아붓겠다는 정상들의 약속은 실제로는 역사적 전환점이 아니라 몰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다음 위기를 위한 토대를 쌓았다는 분석이다.

슈타인가르트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백악관의 아편 재배업자가 재임기간 중 재배면적을 엄청나게 늘렸는데, 그의 농장에서 수확한 주요 작물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값싼 달러'였고 그것이 은행 자산을 부풀려 결국 미국 부동산시장의 투기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슈피겔이 분석한 G20 정상회의와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실, '거울(der Spiegel)'처럼 선명히 다가오지 않는가.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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