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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홍콩에 체류할 때 사귄 한국인 사업가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수년간 중국 내지를 오가며 의류업을 했던 그는 어느날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부러워하지만 한국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 한국을 '샤오한(小韓)'으로 깎아 부른다. 한국이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것도 못마땅해한다. 중국의 성(省)급 국가에 어떻게 '대(大)'자를 갖다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요즘 중국의 위상강화가 세계의 관심거리다. 런던 주요 20개국 회의를 계기로 세계가 美·中 양강체제(G2)로 재편됐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무리도 아니다. 올림픽 개최에 이은 상하이국제박람회 준비, 2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배경으로 한 해외 자원 사재기, IMF에의 400억달러 출연, 새로운 기축 통화 창설 주장 등등. 여기다 항공모함 구축 추진 등 군사대국으로 치닫는 모습도 뚜렷하다.

소프트 파워에서도 중국의 위세는 실감난다. 전 세계 300곳에 설치된 공자학교를 중심으로 한 4000만 중국어 학습자 양성, 중국문화원을 통한 '한풍(漢風)' 확산, 제2회 세계 불교대회 유치 등 물질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팍스 시니카'를 일구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스스로도 이렇게 급속하게 '굴기(일어섬)'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1995년 "향후 50년간은 나서지 말고 힘을 기르라"고 했던 덩샤오핑의 지침처럼 상당기간은 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에 머무르려 했을 터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상황을 바꿔버렸다. 미국의 주도력이 급락하고 세계 정세가 요동치면서 순식간에 중국의 위상이 솟구쳐 버린 것이다.

최근 중국에선 민족주의궐기를 주장하는 '불쾌한 중국' 같은 책이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중국굴기가 중화중심주의와 패권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감지된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반도와 아시아국가들의 불안과 근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중국 전문가의 코멘트가 떠오른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의 발마사지를 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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