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박양우] 국립중앙박물관 귀하 기사의 사진

일전 박물관 교육 전문가인 영국 런던 씨티대학 교수와 저녁을 같이 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과 세계 경제 침체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강대국의 저력이 무엇인가를 서로 반문하다가 별 망설임 없이 문화적 바탕이 튼튼한 나라야말로 강한 나라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아마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을 가르치는 동업자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한 곳으로 국립박물관을 지목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프랑스 파리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의당 루브르박물관을 들르게 마련이다.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수도에 소재하는 국립박물관에는 자국은 물론 타국의 귀중한 문화재까지 소장·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서울에 자랑스러운 국립박물관을 갖고 있다.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논외로 치자. 2005년 10월 용산으로 이사한 국립중앙박물관은 건물 규모만으로 치면 세계 열 번째 안에 들어가는 굉장한 박물관이다.

용산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콘텐츠도 꽤 보강했다. 아시아 유물 등을 보강함으로써 단순히 우리만의 박물관이 아니라 주변 나라들의 문화도 아우르는 박물관을 지향하였다. 그럼으로써 문화가 한 지역에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교류의 역사임도 알려 주었다. 교육과 국제교류 홍보도 강화하였다. 모두 최근의 박물관행정에 부합하는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극장 '용'을 비롯하여 공연장과 회의장 등 복합문화시설로서 변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용산 박물관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에 열심이다. 과연 진정한 의미의 100주년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신장개업한 지 다섯 해째를 맞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실상을 보면 그렇게 장밋빛 찬가를 부를 처지가 못되는 것 같다.

실질적인 개관 연도라 할 2006년 329만명을 기록하던 관람객이 재작년과 작년 모두 228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에 이곳을 찾은 외국인은 9만명을 조금 넘은 정도다. 3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박물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초라한 성적이다. 작년 외국인 내방객 95만명을 기록한 국립민속박물관에 비하면 더 안타까운 성적표다. 당초 기대했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아직 미흡하다.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외적 네트워크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박물관은 정적(靜的)인 역사와 문화의 보고(寶庫) 차원을 넘어 요즘 문화정책의 화두인 콘텐츠 산업의 원천이다. 박물관이라는 문화 창고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버무린 다음 고도의 기술력을 가미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 곧 콘텐츠산업이 나온다.

박물관은 살아있는 학교다. 책상에서의 주입식 교육 백날보다 박물관 현장 학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3D 등 첨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학습은 이제 기본이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여행사도 찾아가고 학교도 찾아가고 박물관이 얼마나 좋고 유익하며 즐거운 곳인지를 뱀처럼 지혜롭게 알려야 한다.

하다 보니 괜히 쓴소리만 주절거린 것 같다. 그러나 21세기를 흔히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마침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한다기에 문화산업의 보물 창고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박물관의 모델로 크게 변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얘기다.

박양우 중앙대 교수 예술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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