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성만 (5) 고국 5·16쿠데타 소식에 신학생들과 기도

[역경의 열매] 장성만 (5) 고국 5·16쿠데타 소식에 신학생들과 기도 기사의 사진

나는 신앙의 위대함을 안다. 믿음은 두려움을 내쫓는다. 믿음은 고독을 물리친다. 기도는 꿈을 현실로 바꾸어놓는다. 아무 배경도 없는 내가 일본 유학의 꿈을 이룬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나는 오사카 성서신학교에 입학해 신학과 영어를 동시에 배웠다. 특히 클라크 교장의 친절과 뜨거운 복음 열정에 감동했다.

그즈음 고국에서는 연일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4·19 학생운동과 5·16 군사정변으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신학교에서 아침에 경건회가 열렸다.

"당신의 나라가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군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말 걱정이다. 너의 나라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 기도해주겠다. 네가 먼저 기도를 시작하거라."

나는 기도를 하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조국의 암담한 현실에 서러움에 북받친 것이다. 선교사들도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쩌면 저리도 뜨겁게 기도할까. 예수를 믿는 선진국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구나. 선교사들의 차원 높은 사랑을 배웠다.

한번은 나고야에 사는 데이비스 선교사가 나를 초청했다. 선교사 부부는 친절하게도 열차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 목사, 집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중국집에서 간단히 우동을 먹고 가자."

우린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제법 규모가 큰 음식점이었다. 그날이 마침 개업 20주년 기념일이었다. 음식점 사장은 경품 행사를 한다면서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1장씩 나눠주었다. 음식을 먹고 나오려는데 경품 추첨이 시작됐다. 그런데 내가 특등에 당첨된 것이다. 상품은 대형 냉장고. 모든 음식을 이곳에 넣어두기만 하면 금세 시원해지는 마술 같은 물건이었다.

"장 목사, 축하한다. 하나님이 가난한 신학생에게 선물을 주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라."

참 신기한 일이었다.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고가의 상품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냉장고를 팔아서 목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일본 전역을 여행할 수 있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화제의 소설가 7인을 방문해 꼼꼼히 취재를 해두었다. 그 중에는 '영원한 서장'을 쓴 시이나 린조, '열쇠'를 쓴 다니자키 준이치로,'육체의 문'을 쓴 다무라 다이지로 등이 포함돼 있었다. 나는 작가들을 방문해 취재한 것을 글로 써서 부산 국제신문에 보냈다. 신문사에서는 '일본 대표 작가 회견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나중에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기행문을 신문에 연재했다.

"하나님의 섭리는 참 오묘하시군요. 우동과 냉장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물의 조합입니다. 이 조합을 통해 일본 작가를 만나게 하시고, 집필가로서의 경륜을 쌓게 하셨군요."

일본 생활은 참 행복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자신의 백성을 먹이셨다. 나 역시 하나님이 매일 공급해주시는 만나를 먹으며 학문의 바다에서 마음껏 유영(遊泳)했다. 일본 유학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할 무렵, 맥시 선교사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장 목사,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물론이다. 내 조국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내가 장 목사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맥시 선교사는 아주 신중한 표정으로 나의 반응을 살폈다. 하나님은 맥시 선교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선물을 준비해놓으셨다.

정리=임한창 기자 hcl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