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백홍열] 과학계에도 김연아가 있어야 기사의 사진

김연아 선수가 국제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 장면을 전 세계와 함께 지켜본 우리의 마음은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우리도 이제 세계와 겨루어 손색이 없구나, 또 어느 분야든지 노력하면 세계를 뛰어넘을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에 한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김연아 선수뿐 아니라 WBC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물리치고 준우승을 한 우리 야구선수들의 투혼과 그들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정작 국가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분야는 좋은 소식이 없다.

우리는 과학기술에 의해 문명이 폭발하고 또 삶의 모양이 급격히 바뀌는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는 과학기술의 고삐를 쥔 국가만이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특히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과학기술만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수준과 1970년대 과학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정책에 힘입어 세계 10위권의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 뒤에는 우리 과학자들이 말없이 이루어낸 연구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를 넘어 미래 신산업 시대로 진입해야 하는 지금, 우리 과학계는 내용 면에서 점점 위축돼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예산은 12조원 규모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국력에 비해 결코 작은 예산은 아니다. 연구능력 면에서도 아직까지는 우리 과학자들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으며, 연구에 대한 열의와 노력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외형적인 연구 환경도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의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시대변화에 맞추어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나라는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사회구조상 계속 성공하는 연구만 하고 있다. 그동안은 남을 따라가는 연구로도 충분했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한 이제 새로운 기술, 세계 1등 기술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세계 1등 기술이 실패 없이 개발될 수는 없다. 김연아 선수가 한 번에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은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 도전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더구나 아무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은 수없는 실패를 통해서만 개발될 수 있다.

독일 과학재단의 경우 투자한 과제의 30%만 성공해도 만족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120의 도전적 목표를 세워 그 결과 110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패가 두려워 80의 목표를 세워 90의 성과를 낸다. 지금처럼 성공하는 연구만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둘째, 우리나라는 과학자들이 과제를 수주하고 관리평가를 받는 데 대부분의 노력을 쓰고 있으며, 실제 연구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해야 할 과학자가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는데 세계 1등 기술이 나올 수 없다. 연습에 전념할 수 없었다면 지금의 김연아 선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연구체제를 계속 바꾸고 연구 관리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그럴수록 의도와 달리 결과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연구가 좋아서 과학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은 창의와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과학기술은 결국 김인식 감독처럼 믿고 일관성 있게 밀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 1년 벼농사가 아니라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과학자를 밀어주는 김인식 감독 같은 정부, 또 실패를 딛고 일어나 세계 1등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김연아 같은 과학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백홍열(한국항공우주硏 연구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