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남이섬 옆 자라섬 기사의 사진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철원에서 금성천을 합치고, 화천 파로호를 거쳐 인제에서 흘러온 소양강을 춘천 의암호로 품은 후, 오른쪽으로 휘익 방향을 틀며 하강한다. 그러다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유속을 줄이면서 퇴적물을 쌓으니 그게 바로 경기도 가평 자라섬이다.

일전에 찾은 자라섬, 꽃들은 아직 망울을 터트리진 않았지만 봄내음이 물씬했다. 800m 아래 자리한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개발이 거의 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에코피아(생태낙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환경친화적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평군으로선 자라목처럼 길게 목을 빼고 안타까운 눈길로 이 섬을 바라볼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동쪽으로부터 동도 중도 남도 서도 등 네 개로 이뤄진 이 섬은 예부터 홍수에 자주 잠겨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하천구역'이다.

따라서 영구시설물 축조가 불가능하고 일시 전용허가를 얻은 가건물 형태만 시설이 가능하다. 그러니 매년 가을 '자라섬국제째즈페스티벌'을 개최하거나, 1년에 몇 차례 캠핑관련 대회를 여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엔 달전천 둔치에 생태테마파크를, 중도엔 생태문화공원을 각각 조성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가면서….

"수도권 정비계획이 도리어 지역발전 저해하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문제는 자라섬의 지위에 대한 중앙정부의 판정에 심대한 오류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서도는 실제론 지천인 달전천에 속한다. 따라서 북한강 본류의 흐름과는 상관이 없다. 중도와 남도 역시 북한강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강 유속에 영향을 미치는 섬이라면 동도뿐이다. 더욱이 1984년 대홍수 이후 물에 잠긴 적이 없다. 그만큼 한강의 치수관리는 완벽하다. 따라서 극히 보수적으로 판단해도 서도를 하천구역으로 관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수리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라섬 일부가 '홍수관리지역'으로 완화돼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수도권 기초지자체 재정자립 순위가 끝에서 두 번째인 군 형편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가평군 측은 말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바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 발전을 기한다는 취지로 82년 제정됐고 작년에 개편된 이 법은 수도권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개발계획 등에 우선하는 무소불위의 법령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자라섬 개발은 역시 불가능하다. 자라섬뿐 아니다. 연간 170만명이 찾는다는 남이섬의 번성을 눈앞에서 바라봐야 하는 대성리 선착장 근방의 을씨년스런 환경 또한 가평군으로선 안타깝다. 같은 자연보전권역으로 남이섬은 예외지만, 대성리는 엄격한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평 외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한 경기도 지자체들의 역차별 피해 의식은 이제 불만의 수준을 넘어 폭발 직전이다.

사실상 충북 음성 감곡과 양분된 장호원읍 시가의 경우, 날로 번창하는 감곡 쪽 다운타운을 이천 쪽 장호원은 '성장관리권역'이라는 족쇄를 찬 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다.

학교 총량규제 조항의 적용을 받는 경기권 대학 역시 애로가 적지 않다. 일례로 충남 천안의 남서울대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시설 증설과 증원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도계를 마주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대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수도권 정비와 균형 발전 모두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처럼 역차별적 현상이 빈발하는 현실을 보면 규제법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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