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성만 (6) 맥시 선교사 “더 큰 물에서 공부”

[역경의 열매] 장성만 (6) 맥시 선교사 “더 큰 물에서 공부” 기사의 사진

맥시 선교사는 내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분이다. 내가 일본에 유학한 것도 맥시 선교사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가 또 다른 선물을 제시한 것이다.



"장 목사, 이제 더 큰물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미국의 친구들에게 네 이야기를 모두 해두었다. 미국 신시내티의 신학대학교에서는 네게 장학금을 주기로 이미 결정했다. 생활비를 지원할 후원자도 준비해두었다."

웬 은혜인가. 웬 사랑인가. 하나님은 항상 나의 기대와 소망을 뛰어넘는 크고 비밀한 것을 감추어 놓으셨다. 일본 유학도 분에 넘치는데, 미국 유학이 웬 은혜인가.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내게 넘치나이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

1961년 말, 2년여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한국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6남매를 헌신적으로 키워낸 어머니…. 그 어머니 곁을 또 떠나야 하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지, 혹시 내가 아주 이기적인 사람은 아닐까. 이건 예의가 아니야.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제가 또 미국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싫다고 하시면 이곳에 남겠습니다."

어머니는 펄쩍 뛰셨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큰 나라에 가서 공부를 더 한다는 데 에미의 외로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떠나거라. 그런 허약한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어머니의 자녀 사랑은 아주 특별했다. 이웃을 섬기고 대접하는 마음도 특별했다. 어머니는 집에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가족들에겐 식은 밥을 먹이면서도, 손님에게는 반드시 따뜻한 밥을 지어 대접했다. 특히 목사님을 마치 예수님 대하듯 깍듯하게 섬겼다.

"세상 모든 일은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에미가 남을 잘 섬기면, 결국 너희들이 복을 받을 것이야. 특히 하나님의 종인 목사님을 잘 섬겨라."

이것이 어머니의 삶의 철학이었다. 내가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할 때 사람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선행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평생 동안 심어놓은 선행과 선의(善意), 기도의 열매를 내가 수확한 것이다. 나는 유학 동안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다. 학업에만 전념하도록 도처에 돕는 손길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89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임종 전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풀어놓으셨다. 질곡의 인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무거운 인생 보따리였다. 이제 비로소 그 무거운 인생의 짐을 내려놓은 것이다. 주머니에는 깨끗한 신권 화폐들이 들어 있었다. 자녀들이 보내준 용돈을 모두 모아둔 것이다. 어머니는 의학박사이며 서울 은광교회 장로인 동생 장영길이 보내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좋은 일에 사용하셨다. 그리고 남은 돈을 내려놓으신 것이다.

"이 돈을 교회에 헌금해라."

액수는 비록 3만원 정도였으나, 그 돈이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그것은 일종의 유언이었다. 교회를 잘 섬기라는 어머니 식 메시지였다. 소천하는 순간에도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어머니, 이런 훌륭한 어머니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기도의 어머니를 둔 자녀들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기도는 최고의 유산이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믿는다.

정리=임한창 기자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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