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자본주의 설파하는 전병길―고영씨 “나에서 우리로’… 개념 바꿔야

정의로운 자본주의 설파하는 전병길―고영씨 “나에서 우리로’… 개념 바꿔야 기사의 사진

새로운 세상은 늘 새로운 단어를 앞세우고 찾아온다. 봉건주의를 무너뜨린 자본주의는 ‘시장’을, 자본주의를 대항한 사회주의는 ‘평등’을, 21세기를 규정하고 있는 포스트모던 사회는 ‘정보통신’ ‘인터넷’ 등 각종 신조어를 앞세우며 우리 앞에 등장했다. 요즘엔 사회적 기업, 공정 무역,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회책임투자 같은 낯선 단어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의 자본주의는 너무 영악했습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나 자신’만을 생각했죠. 이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를 바꿀 또 다른 자본주의가 필요합니다. 실패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선한 자본에 기초한 새로운 자본주의 말입니다.”

이달 초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는 책을 펴내 주목을 받고 있는 전병길(36)·고영(34)씨. 이들이 주창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바로 사회적 기업,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직업 훈련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공정무역 제품과 사회적 기업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인터넷 쇼핑몰, 제3세계의 구호를 넘어 지역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전씨는 "영리와 경제적 가치를 넘어 약자 배려, 자선, 환경 보호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적극 끌어안는 게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현재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고씨는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새로운 자본주의'에 눈을 뜬 건 7년 전 한국리더십학교(교장 이장로 교수)에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역할 등을 놓고 함께 토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업 등의 역사와 사례를 공부하게 됐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두 사람의 비슷한 가정사에서 시작됐다. 고씨는 1997년, 전씨는 3년 전 각각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자본주의의 이면을 보게 됐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쩔 수 없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대학 후배들과 공동생활을 했던 고씨는 월급까지 가난한 후배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컨설턴트지만 지금도 월세방에 홀로 살며, 차 없이 지낸다. '기부 청년'으로도 잘 알려진 고씨는 수년 전부터 시민단체 등에 무료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전씨는 3년 전만 해도 럭셔리 상품 마케팅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젠 마케팅을 통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때의 쓰라린 경험이 없었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는 꿈도 못 꿨을 것"이란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설명이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싹이 기독교에 의해 시작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효시인 굿윌은 감리교 목사 에드커 헬름즈였고, 18세기 비도덕적인 경제 윤리를 비판하며 영국 사회 개혁에 앞장선 존 웨슬리는 사회책임투자의 선구자였다는 것. 영국 노예무역을 폐지한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들이 만드는 커피 수입을 반대하며 공정무역의 첫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성경은 고아와 과부, 나그네, 외국인 등 가난한 자들에 돌봄과 관심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오픈하고, 신학대에 공정무역 동아리가 생기고, 기독 청년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죠."

두 사람은 기업시민소사이어티 공익컨설턴트, 사회적 컨설팅 그룹(SCG) 대표를 맡아 국내에 사회적 기업을 뿌리내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건 프로보노 아카데미.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라틴어 앞글자를 딴 것이다. 교회 내 아카데미를 통해 청년들은 물론 장년과 어린이들에게 기부와 공정무역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다. 고씨는 "돈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교회 내 공간 오픈과 지역 사회 멘토링, 재활용품 활용 등 개척 교회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할 것"이라며 "이것은 사회 선교 차원에서 굉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들을 새로운 자본주의를 뜻하는 '뉴캐피털 바이러스'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번 책의 인세 5%를 희망제작소에 기부하기로 했다. 국내 사회적 기업의 맏형 격인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수익이 받쳐주지 않아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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