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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國恥를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백화종 칼럼] 國恥를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기사의 사진

"정권이 교체되면 대접하는 사람은 같은데 대접받는 사람만 교체됩니다." 수년 전 정권이 바뀌면서 유력 정치인이 수뢰혐의로 조사받을 때 참고인으로 검찰에 불려갔을 만큼 실세들의 출입이 잦았던 음식점 주인의 말이다.

박연차 리스트는 그 말을 웅변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 정권의 실세들에서 시작된 수뢰 혐의자 명단이 급기야 현 정권의 실세들로 옮겨가며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검은 돈은 눈도 코도 없건만 권력의 향방을 용케도 찾아가는 재주를 지녔다.

국민 가슴에 대못질한 지도자들

대한민국에서 힘깨나 쓴다는 인사들이 다시 한번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전직 국회의장 두 명이 수뢰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이 혐의선상에 있고 노무현 정권의 실세였던 인사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철창행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못을 박은 이는 국가원수였던 노 전 대통령이다. 본인과 부인, 아들, 형님 그리고 조카사위까지 이미 구속됐거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국치(國恥) 아니고 뭐겠는가.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적어도 돈과 관련해서만은 깨끗할 것으로 믿었다.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냥하고 있을 때도 설마 했다. 그가 평소, 혼탁한 세상을 개탄하며 멱라수에 몸을 던진 춘추전국시대의 굴원(屈原)을 연상시킬 만큼 정경유착과 반칙과 청탁을 미워하고 원리원칙과 청렴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자신의 자랑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돈은 그런 그마저도 비켜가지 않았고, 결국 전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있는 전 정권의 실세들 이름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현 정권의 실세들 이름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전자는 지나간 재앙이지만 후자는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재앙이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초기에 제거해야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천신일씨 그리고 여권 인사들이 그들이다. 물론 이상득 의원은 대선 기간에 노건평씨와 만나 모종의 밀약을 했다느니, 구속된 추부길씨로부터 박연차 구명 청탁을 받았다느니 하는 의혹 보도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그에 대해선 수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천씨도 대선 때 박씨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고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박씨 구명 대책을 논의했다는 등의 보도를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부인이 사실이길 바란다. 때 이르게 현 정부의 권력누수현상이 생기지 않고 국정이 제대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부인이 국민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 검찰을 지켜보는 눈들은 모두 여기에 집중돼 있다. 검찰이 산 권력에 대해서도 죽은 권력에 대해서처럼 여러 의혹들을 한 점 남김없이 불식시키는지 보자는 것이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검찰의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는 호기다.

산 권력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할 이유는 검찰의 독립성 확립이나 부패 척결이라는 목적 외에도 이명박 정권이 노 정권처럼 임기 후에 심판대에 오르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암 세포가 없으면 다행이려니와 만에 하나라도 암 세포가 발견됐다면 초기에 제거해야 한다. 환자가 당장 고통스러워한다고 덮어둔다면 암은 몸 전체로 전이된다. 혹 암 세포가 발견된다 해도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은 정권 초기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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