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전정희] 남산타워를 破하라 기사의 사진

1937년 잡지 '삼천리' 1월호에 늘씬한 미인 사진 한 장과 함께 굵은 명조체로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딴스홀' 허가권을 쥔 경무국장에게 호소하는 글로 '왜 퇴폐적인 술집과 카페는 허하면서, 건전한 사교장인 딴스홀은 불허하는가' 하는 내용이다. 얼핏 불건전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식민지 조선에서의 자유로운 대중의 탄생을 의미하는 글로 해석된다.

그 서울은 오늘날 모든 것을 허하는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가 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 어떠한 사고와 실천도 허하는 서울 곧, 대한민국. 규제 최소화가 의식의 자유를 낳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정보기술(IT)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외국인들 눈에 'IT 코리아'는 강렬한 이미지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이미지는 임팩트가 부족해 '대한민국'은 없고 삼성, LG 등과 같은 기업 브랜드만으로 연결된다. 두 브랜드가 한국 회사라는 것도 대개가 모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뭘까. '빨리빨리' '정보통신' '경제위기' '분단국가' '정치혼란' 등이 일반적으로 거론되는데 대부분 부정적이다. 경제규모 세계 13위인데 비해 국가 브랜드가치는 32위, 한국경제 대외의존도가 94.2%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지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봐야겠다.

하여,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가장 서두를 일이 상징물 건설이라고 본다. 지금의 숭례문, 해치, N서울타워(남산타워) 등으론 약하다. 따라서 남산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어느 대도시도 한복판에 맞춤한 산을 품고 있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262m의 산. 그 산 자체가 이미 랜드마크이고 거기에 화룡점정만 제대로 한다면 미국 자유여신상, 프랑스 에펠탑, 중국 천안문, 영국 타워브리지, 호주 오페라하우스 등과 같이 국가를 상징화할 수 있다.

그러려면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남산타워를 발전적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성, 상징성, 심미성, 효율성 등을 고려한 새로운 구조물을 담아야 한다.

우선 옛 정보통신의 총화 남산 봉수대를 가지고 생각의 확장을 권하는 바다. 한양 사람들에게 해 질 무렵 남산 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봉수대 다섯 개의 불꽃은 팔도가 무사태평함을 의미했다. 정선의 그림 '안현석봉(鞍峴夕烽)'의 불꽃은 남산 봉수대의 기능을 짐작게 한다. 서울 서편 안현 신호를 받아 남산 봉화를 올렸던 것으로 현재 남산 봉수대는 1개소만 복원해 놓았다.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650개에 이르는 봉수대는 우리 독특한 IT 역사이기도 하다.

이 봉수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첨단 디자인과 건설 기법을 가미하여 100m 이상의 명물 타워로 키워야 한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환유의 풍경'과 같은 감각일 수도 있겠다. 그 타워 안에 지금과 같은 전파탑과 관광전망대 기능을 기본적으로 담고, 외국인들이 깜짝 놀랄 콘텐츠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남산 아래서부터 노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빙워크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또 하나 서울 주재 외신사들에게 타워 안의 사무실을 제공하여 아름다운 서울 풍경에 반해 우호적 기사를 송출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인리발전소가 문화발전소가 되어가듯, 남산타워가 IT코리아를 대변하는 새로운 생명력이 될 것으로 본다. 남산타워를 파하라!

전정희 문화부장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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