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희망의 길,한국교회가 만든다] 열한살 희망이네의 행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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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정 붙든 지역아동센터 “이젠 좋은 생각만하며 이겨낼 것”

인천시 구월1동에 거주하는 이난관(47·가명)씨는 '위기의 가장'이었다. 지난해 7월7일 위암 2기 판정을 받고 인천 길병원에서 위의 절반을 잘라냈다. 이씨의 아내는 암수술 직전 딸아이에게 "동생을 잘 돌보라"는 말만 남기고 훌쩍 집을 나가버렸다. 근무하던 공장에선 "몸이 그 모양이니 더 이상 일할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 해고 의사를 밝혔다.



수술과 동시에 두 아이는 이모 집에 맡겨졌다. 수술 후 15일간 병상에서 이씨를 돌봐준 것은 가족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산 간병인이었다. 그가 퇴원을 했을 땐 중학교 3학년이던 딸아이는 집을 나간 상태였다. 퇴원 1주일 만에 이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인천 부둣가로 향했다. 죽기 위해서 였다. 바다에 뛰어내리기 직전 '어린 아이들을 봐. 절대 안 돼!' 하는 생각이 번쩍 스쳤다. 눈물을 훔치며 발길을 돌렸다.

"전기 절연체를 만드는 공장에서 20년간 일했습니다. 새벽 3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말이죠. 일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갔어요. 고된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일 소주를 1병씩 마시고 담배를 1갑 반 이상 피웠어요. 위암 때문에 60㎏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40㎏로 빠졌어요. 몸은 엉망이 됐죠, 아내는 집을 나갔죠, 딸아이도 가출했죠. 그땐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 놓였던 그가 안정을 되찾은 곳은 엉뚱하게도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 희망(11·가명)군이 다니던 웃음꽃지역아동센터였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아들을 2007년부터 돌봐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찾아갔다. 그는 센터를 운영하는 김장원(49) 목사와 자녀 상담을 하다가 인생 상담까지 했다. 그리고 삶의 목적을 찾게 됐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생각에 운동과 청소, 빨래를 시작했다. 그러자 집을 나갔던 딸도 다시 돌아왔다. 현재 이씨는 김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희망이는 아빠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향한다. 시골 어머니 집에서 약간의 반찬이 올라오기 때문에 이씨는 두 아이의 밥만 챙기면 된다. 안정을 되찾은 희망이는 학교에서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즐겁게 생활한다. 오후 2시30분 수업을 마치면 다른 친구들은 모두 학원으로 향하지만 희망이는 웃음꽃지역아동센터로 향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국어 수학 영어 과학 공부를 하고 비누 만들기와 찰흙 빚기 등의 놀이도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태권도 도장에도 다닌다. 지역 태권도 도장과 피아노학원을 찾아가 저소득층 아동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 김 목사 덕분이다. 태권도 1품인 희망이는 수학과 체육을 좋아하며 그림에도 소질이 있다. 이곳에서 마음껏 책을 읽다 저녁식사를 마친 희망이는 아빠와 손을 잡고 오후 8시 집으로 가서 11시 잠자리에 든다.

'소원이 뭐냐'는 질문에 희망이는 아빠의 눈치를 보다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시간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대화할 때도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했던 희망이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이씨는 매달 100만원가량 나오는 실업급여로 근근이 생활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5월이면 이마저도 끊긴다. 어려운 형편을 눈치챘는지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는 오후 9시부터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씨가 그나마 둘째 아이의 정서문제와 교육비 걱정을 덜었던 것은 지역아동센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목사님 부부가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엄마 대신 원장님이 희망이를 잘 보살펴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지난해 같았으면 벌써 죽고 말았을 텐데… 지금은 새 인생을 살고 있어요. 물론 5월이 되면 어렵겠죠. 그래도 좋은 생각만 하고 이겨 낼 겁니다."

인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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