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제2의 케네디’를 위하여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는 '블랙 케네디'로 불린다. 그만큼 오바마와 존 F 케네디는 여러 모로 닮았다. 무엇보다 젊고 참신하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뛰어난 언변과 준수한 외모 등 인간적 매력도 풍부하다. 또 통합을 중시해서 각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경합했던 애들라이 스티븐슨과 힐러리 클린턴을 주 유엔대사와 국무장관으로 기용했다.

더 흥미있는 것은 둘 다 '미사일 위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는 점. 물론 케네디가 맞이했던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오바마가 직면한 2009년의 북한 미사일 위기는 규모와 심각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도력의 시험대'라는 의미에서는 다르지 않다.

다 알다시피 쿠바 미사일 위기란 옛 소련이 쿠바에 몰래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다 미국이 강경하게 제동을 걸고 나서자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뻔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케네디는 해상봉쇄 및 쿠바 침공 선언으로 소련을 압박했고 결국 흐루시초프는 계획을 철회했다.

케네디는 이 사건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지녀야 할 단호함과 용기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역사학자 아서 슐레징거 주니어에 따르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막아낸 케네디의 행동은 "책임있는 힘의 운용 측면에서 성숙한 미국의 지도력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며… 강인함과 배짱, 지혜를 훌륭하고 교묘하게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매료시켰다".

오바마는 어떤가. 아직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최종 수립되기 전이고, 오바마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국제사회의 룰은 지켜져야 하며 위반에는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말만으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로 보수쪽 반응이긴 하지만.

이를테면 요격 등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위협을 없애려는 행정부의 의지가 부족해 국가안보가 위험에 빠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보수파의 거두인 매튜 펄은 오바마의 말을 꼬투리 잡아 오바마가 단호한 행동을 취하기보다 '당연하지만 막연한 말'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부정적 반응에는 진보 쪽으로 분류되는 워싱턴 포스트도 가세했다. 이 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처음에는 대북 강경책을 쓰다가 나중에는 '뇌물을 바치는 협상'책으로 옮겨갔지만 둘 다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일관성 없이 강경과 유화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부시 행정부보다 더 나은 진전을 이룩하리라고는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문제를 놓고, 겉으로는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투 트랙' 정책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럽게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미국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셈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즉 그동안 미국은 소련이라는 거대한 '악의 제국'이 무너진 후 새로운 '악의 제국'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악의 축' 북한을 그 자리에 앉혀놓은 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분탕질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북한이 어느샌가 통제 밖으로 튀어나감으로써 진짜 당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렇게 보면 오바마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오바마로서는 지도력의 시험대로서 북한발 핵·미사일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을 수밖에 없다. 케네디의 단호함과 용기가 과대포장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적어도 케네디로부터 '위기관리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바마가 단호한 의지와 용기로 북한발 핵·미사일 위기를 해결함으로써 진정 '제2의 케네디'로 추앙받기를 기대한다.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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