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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추락하는 봉황,그 끝은 어디?

[백화종 칼럼] 추락하는 봉황,그 끝은 어디? 기사의 사진

청와대의 문양은 봉황(鳳凰)이다. 봉황은 성군(聖君)이 날 때만 세상에 나온다는 상서로운 전설의 새다. 그래서 대통령 관저의 상징으로 삼았을 것이다.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다. 오동나무에 살며 천년에 한번 열리는 대나무 열매만 먹고 산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봉황은 굶어죽어도 좁쌀은 안 먹는다는 속언인가 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 된 마음이 더 참담해진다. 황으로 상징되는 청와대 안주인이었던 이가 좁쌀, 그것도 오염된 좁쌀을 숨어서 먹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봉황은 좁쌀 안 먹는다는데

황이었던 권양숙 여사가 급기야는 봉이었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3만달러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그리고 봉은 황이 한 일을 몰랐단다.

이 대목에서 재벌들로부터 한 번에 몇 십억, 몇 백억씩 수천억원을 받아 챙긴 전두환, 노태우씨가 차라리 커 보이는 건 허탈감이 빚어낸 기자만의 도착(倒錯)심리일까. 엊그제 보도에 보니 동네 재개발조합장도 100억원 넘는 돈을 삼켰다는데, 명색이 우리의 퍼스트레이디가 그 푼돈(?)을 몰래 받았다니 너무 구차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참담함은 약과일 것 같다. 날개 부러진 봉황 가족이 진흙밭에서 푸드득대는 모습을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소환이 빠르면 이번주에 이뤄지리라는 전망이다. 우리는 전두환, 노태우씨에 이어 세 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모습을 봐야 하는 팔자 기구한 국민이 된다.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한다는 소식이다.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이를 수용해줄지, 그를 구속할 경우 그에 대한 동정심과 같은 역풍은 불지 않을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믿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배신감에 당장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일 것이다.

못 볼 꼴 또 봐야 하는 국민

그러나 이에 관한 기자의 생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속 수사는 피하는 게 좋다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의견과 전적으로 같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거나, 정치보복의 인상을 피하자는 등의 이유도 일리가 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능하면 전직 국가원수가 수갑 찬, 그 못 볼 꼴을 다시 안 봤으면 해서다. 법 앞에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시하면서 그가 전직 대통령이니 특권을 부여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그를 최고 지도자로 모셨던 내가 덜 비참해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한다 해서 우리가 못 볼 꼴을 더 안 봐도 되는 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이 사법처리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청렴하다고 자부해왔던 이가 법정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검은돈을 직접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다투는 장면들을 봐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선 법원이 그의 유죄와 함께 구속을 결정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족의 뇌물수수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해온 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차라리 법원이 그에게 무죄선고라도 해줬으면 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기대마저 해본다. 그가 예뻐서이거나 그를 믿어서가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고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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