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100일이 가까워온다. 국세청은 그림 로비 등 비리 의혹을 받아온 한상률 전 청장이 지난 1월17일 사퇴한 뒤 허병익 청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세청 측은 청장이 공석이지만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이렇다할 난맥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과 함께 '빅4'로 불리는 국가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이 장기간 공석인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장 공석으로 매년 1, 2월에 열리던 전국관서장회의는 두세 달 늦은 그제야 열렸다.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들이 전원 참석하는 이 회의는 한 해 국세행정의 원칙과 중점 추진 사안을 전달하고, 지방청장들과 업무성과계약(MOU)을 맺는 자리다. 내년도 업무에 관한 회의도 아니고 2분기가 한참 지난 시점에, 청장도 없이 개최된 관서장회의에서 올해 업무가 제대로 조율됐을지 의문이다.

국세청은 세무서장급 이상 고위직과 조사 분야 직원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비위정보 수집 전담팀을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금품을 받은 직원뿐 아니라 금품을 제공한 세무대리인과 납세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令)'이 제대로 설 지 걱정스럽다.

그나마 지난 2월 말 단행된 인사가 별 잡음 없이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인사에선 과장급·사무관급·6급이하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재배치됐다. 허 청장직무대행은 대규모 인사 이후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글을 국세청 직원 게시판에 띄우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관가엔 청장 임명을 둘러싼 풍문들이 나돈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던 국세청 고위 인사를 임명하려는데 '빅4 수장 영남권 독식'이라는 비난이 신경쓰여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낭설이길 바란다. 기획재정부 관리를 보내려는데 국세청의 반발로 멈칫거리고 있다는 풍설도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세정 업무는 국가 기간업무다. 그 수장을 오랫동안 기약 없이 비워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직무유기다. 언제까지 그 자리를 비워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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