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권영준] 공동체성 회복이 해법이다 기사의 사진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우연을 매개로 필연을 달성하는 과정이고,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매일 리스트라는 단어 속에서 살았다. 역설적이게도 군사독재 대통령들과 가장 민주적(탈권위적)이었다는 평을 받는 대통령이 동일선 상에 오르게 되는 탐욕의 고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또 지난 1년 동안 MB정부의 정책이 과연 IMF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한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잘한 것도 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구조를 더욱 대외의존형으로 만들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지방경제를 몰락시켜 내수와 중산층 붕괴를 초래한 경제양극화다.

특히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서민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서 400만명이 넘는 낙오자가 생긴 정책은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오늘날 뉴욕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면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인 한국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양극화가 극심한 공동체 위기로 전이될 우려를 낳고 있다. 20%가 넘는 실제 청년실업률, OECD국가 중 자살률·이혼율 및 낙태율 1위, 급격한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한 전세계 고령화 속도 1위 등 경제·사회적 문제가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분야 등 모든 지도자들이 대부분 열심히 노력하는데 결과는 더 나빠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유는 잘못된 방향으로 속도를 내면 낼수록 문제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은 과연 역사 속의 뼈저린 교훈을 알고 있는가? 지방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강남의 아파트 가격만 올라가는 정책이 과연 옳은가? 성남의 수많은 주민들은 40년 동안 재개발이 안돼서 고통당하는데 재벌오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국가안보까지 흔들릴 수 있는 무모한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방향은 즉시 바꾸면 된다. 최근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혜성처럼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기세등등할 때 가난과 문맹, 질병과 환경 등 수많은 사회구조적 문제들 해결을 통해 다 같이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수고했던 소명자들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벨평화상은 5번에 걸쳐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고, 전세계 정치 경제지도자들만 모이는 다보스포럼도 이들을 연사로 초빙하였다.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소명감 아래 창조적 아이디어와 겸손한 마음으로 공동체 가치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유엔은 이들을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企業家가 아닌 起業家)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물고기 잡는 방법을 넘어, 물고기 잡는 시스템(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변혁사역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30년 전에 이들이 시작한 행동과 헌신은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의 우연을 통해 필연을 달성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기업가가 있었다. 장기려 박사가 가난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이 국민건강보험으로 발전한 사실이나, 일제 때 의약품이 없어서 죽어가는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쳐서 제약회사를 만들고 온전히 사회에 헌납했던 유일한 박사를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이 이들의 섬김과 리더십을 따른다면 어떠한 위기가 와도 극복될 수 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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