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업무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렸다. 대통령이 퇴임하면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21일 구속된 정상문 전 비서관의 범죄 혐의다. 연 200억원이 넘는 특수업무비는 영수증이 필요없고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 그야말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돈이다. 이 돈을 빼돌린 것은 국고 횡령이고 세금 도둑질이다.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저질 비리다. 관공서 말단 공무원들에게서나 종종 일어나는 일이 그토록 도덕성을 자랑하던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났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 말대로 "사실이라면 대단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이 모르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권의 집사가 적지 않은 나랏돈을 임의로 챙겼다고는 보기 어렵다. 정씨에 대해 처음 영장이 청구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정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은 자신이 빌린 돈으로 채무 변제에 썼다고 주장해 그의 구속을 막았다. 그러나 그 돈 역시 정씨의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권 여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영부인으로 불렸던 사람이 거짓말로 사법부를 농락한 셈이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 측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5년부터 여섯차례 돈을 빼내 지인 2명의 차명계좌에 보관해 왔다. 이자만 꺼내 쓰고 원금은 손대지 않고 모셔둔 것은 왜일까. 노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가 이 돈을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까닭이다. 횡령한 돈이 이것뿐일 것으로 믿기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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