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을 남한 길들이기 카드로 취급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개성공단 육로 통행제한, 남측 상주인원 축소 등 이른바 12·1조치와 지난달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 통행을 차단했던 행태로 이미 간파됐거니와 북한은 그제 당국간 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특혜 전면 재검토를 들고 나옴으로써 그 같은 속셈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폐쇄까지 포함해 개성공단 자체를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북한이 당국간 접촉에서 토지 사용료 유예기간 단축,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은 일단 더 많은 달러를 챙기겠다는 속셈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현 정부를 기어이 무릎 꿇려 과거 친북 정부들 때처럼 남북관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에 매달려 북한의 자의적인 요구를 수용한다면 또 다시 북한의 끌려다니기에 말려들어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측 정부 길들이기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더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개성공단은 반드시 유지할 것이라는 식으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북한이 그 '약점'을 이용해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

앞으로 정부는 북한 요구에 따른 향후 협상에서 그동안 북한 마음대로 휘둘려온 개성공단이 차제에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상응하는 근본적인 조치들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 이를테면 2005년 공단이 본격 가동된 이래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 보장과 함께 북한이 제멋대로 남측 인력을 쫓아내거나 통행을 차단 또는 제한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제도적 조치를 확약받아야 한다. 또 20일이 넘도록 접견도 못하게 한 채 붙잡아놓고 있는 남측 근로자 유모씨를 즉각 풀어주도록 하는 것은 물론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확고한 신변안전조치도 보장토록 해야 마땅하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왜 무리한 요구인가? 북한의 토지사용료 유예기간 단축과 임금 현실화(중국 수준의 임금 인상) 요구는 남북간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이 스스로 만든 규정까지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경대응은 자칫하면 개성공단을 고사시키거나 폐쇄토록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감수해야 한다. 물론 개성공단이 갖는 상징성이 얼마나 큰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 또 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에 미칠 악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당초 정치적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경제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임금이 대폭 올라 진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든가 경제적으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유지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개성공단을 억지로 유지했다가 더 큰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개성공단이 경협을 통해 남북이 윈-윈하는 상생의 장(場)이 아니라 남측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방해, 대북정책 전환 등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볼모로 전락했다면 연연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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