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퇴임 대통령의 좌절 기사의 사진

"특별히 덧붙여둘 것이 있다. 필자는 '대통령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해서만 기술하려고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리더십과 관련될 경우에만 관심을 가졌다. '자연인 노무현'에 대해서는 알아보고 싶은 흥미가 없고, 아는 바도 전혀 없다. 아마 개인적으로는 많은 매력을 가진 훌륭한 인물일 것이다. 그 점을 부각시켜 보이기 위해 쓴 글이 아니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서전이나 회고록, 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쓸 전기가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 독자가 될 게 틀림없다.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임기 후의 삶이 행복과 보람으로 가득하기를 믿고 기원한다."

박수를 보낸 적도 있는데

2007년 5월에 책 한 권을 내면서 썼던 머리글의 일부다. 그 반년 후에 필자는 정년이 되어 국민일보를 떠났다. "사설과 칼럼으로 그만큼 써댔으면 됐지 퇴직하는 마당에 책까지 내가며 비판할 게 뭐냐." 그런 힐난이 들리는 듯해서 더욱, 퇴임 후의 그가 가족 및 지지자들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 이십수 년 전 부산일보 자료실에서 마주쳤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 신문에서만 봤던 이 기자님! 이거 영광입니다." 그 여러 해 후 노 변호사는 정치인이 되어 계속 참신한 뉴스를 만들어냈다.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을 지키는 그의 당당한 모습에 박수를 보낸 기억이 여태껏 생생하다.

그러나 '대통령 노무현'은 감당하기 어려운 실망을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3월11일 저녁에 열린 한나라당 주최 토론회에서 필자는 탄핵소추를 강하게 반대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이 정치이고 △노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절대로 정권을 못 잡을 것이며 △정치협상을 벌이기에 하룻밤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부질없는 반대이긴 했지만….

그와 측근 인사들의 험구 기행 기태에는 그 때마다 기가 질렸다. 그러면서도 옛날 덥석 손을 잡던 그 순박한 모습을 기억에서 내버리지는 못했다. "편안한 은퇴생활을 누리시라." 그것은 진심어린 기원이었다.

'殷의 거울' 멀리 있지 않다

엊그제 그는 마침내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는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할 말이 많아 보인다. 그런 심정이 글의 행간 곳곳에서 읽힌다. 그러나 이는 사법적 다툼에서나 소용될 뿐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해명이 되지는 못한다고 깨달은 듯하다. 대통령직까지 차지했던 '반항아 노무현'의 좌절이 애처롭다.

자신의 정부가 '무균실'이라도 되는 양 정적들을 그처럼 험하게 몰아세우고 조롱할 것이었으면 손톱 만한 흠이라도 안 남겼어야지. 정치적 반대자들을 망신 주고 응징하기엔 지나치다 할 만큼 집요했으면서 자신과 측근 관리에는 너무 느슨했던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정치인 여러분, 우리 정치 왜 매양 이 모양입니까? 제발이지 다음 정권 때 또 다시 전 정권의 주인공들이 검찰의 신세를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은감불원(殷鑑不遠) 아시지요? 부디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누구보다 또 무엇보다 여러분 각자를 위해서요.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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