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대 전 총장 정순영 父女 시집 ‘잡은 손을 놓으며’

동명대 전 총장 정순영 父女 시집 ‘잡은 손을 놓으며’ 기사의 사진

시집가는 딸에게 부치는 애틋한 父情

여위살이라는 말이 있다. 일생의 경사라할 혼사를 일컫는 말이지만 자식을 여위는 부모의 마음이야 살아 퍼들거리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한꺼번에 놓쳐버린 빈손과 다름없을 것이다. '잡은 손을 놓으며'(교음사)는 동명대 총장을 지낸 시인 정순영씨가 지난 18일 결혼한 딸 혜진(29)씨를 떠나보내는 애틋함과 집을 떠나가는 혜진씨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청실홍실 같은 마음을 담은 보기 드문 부녀 시집이다.

"딸을 사랑하는 붉은 마음이 울음 타는 강/그 강을 두른 아릿한 어여쁨으로/아련거려 마지막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은/딸의 꼬옥 잡은 손을/어디쯤에서 놓아야 할까."('딸을 두고' 일부)

자식 사랑이야 조건 없는 아가페적 사랑이라지만 시집가는 딸을 두고 시를 써 스스로를 위무하는 경우는 우리 문학에서도 드문 경우다. 시집을 찬찬히 살펴보면 딸을 시집보내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가 갖는 정서의 통과 의례이자 한결같은 부성의 정신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다. 불면 꺼질까, 만지면 터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은 아버지에게는 사랑의 현현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하여 출가외인이라는 전통적인 윤리관을 떠나서라도 어디쯤에서 손을 놓아야 할지 엉거주춤하는 아버지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송 돋을 수밖에 없다.

그 한 방울 한 방울의 땀이 시로 변형되었기에 시집은 장미보다 진한 향기를 풍긴다. "가끔은 부엌에서 손을 헹구고 나와/명륜의 책갈피를 뒤적이고/피곤한 세상일 가슴에 품어주는/다 내어주고도 곳간 깊숙이 넉넉한/사람들의 어머니로 그려보는/다시 딸을 두고/긴 동짓날 맨발에 꿰어 신은 버선처럼/다소곳이 나서는/딸의 걸음 뒤꿈치 회목을 붙드는/애비의 눈길은/이제 어디로 옮겨야 할까"('다시 딸을 두고')

그런가 하면 딸은 딸대로 시인의 혈육답게 삶과의 거리를 더욱 밀착시킨 탄탄한 시로 이렇게 화답한다. "서른이 다 되어서야/나만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위대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나는 점점 자라고/세상은 점점 작아져/내 앞에 있던 큰 산은/어느새 작은 언덕이 되어 있었다."('성장')

세상에 없던 것이 태어나 부녀의 연을 맺고 이렇듯 서로를 외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경이 시를 낳고 시는 다시 사랑을 낳을 것임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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