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한은법 제1조의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을 명시적으로 추가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직접 조사권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을 현행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은이 내외의 거시적인 금융 흐름을 파악해 신속하게 대처하도록 하자는 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정안대로라면 한은의 기능은 이전보다 크게 강화된다. 세계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선제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만큼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한은은 금융위기 상황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국내금융시장은 안정을 회복한 듯 보이지만 실물경제의 침체가 계속될 경우 그 여파로 인해 언제 다시 흔들릴지 알 수 없다. 특히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다만 직접 조사권 발동은 신중해야 한다. 현재 금융권 감독은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는데 한은이 추가로 조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금융기관으로서는 하루아침에 시어머니 둘을 상대해야 한다. 금감원은 상시 감독을 맡고 한은의 조사권 발동은 긴급 상황으로만 제한한다면 금융기관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반발이 적지 않다. 초점은 한은의 직접 조사권 부여다. 논란은 있지만 최종 대부자인 한은으로서는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이 없으면 자금 흐름을 체크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금융안정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조사·감독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어 중앙은행의 기능 역시 그에 상응해 새로 구축돼야 옳다. 최근 정부·여당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추진하는 모양이나 큰 그림은 차차 마련하더라도 당장은 한은법 개정안부터 마무리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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