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릭 입센 ‘페르 귄트’ 공연… 19세기 허풍쟁이 21세기 무대 서다

헨릭 입센 ‘페르 귄트’ 공연… 19세기 허풍쟁이 21세기 무대 서다 기사의 사진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페르 귄트'가 무대에 오른다. '페르 귄트'는 1976년과 2000년 단 두 차례 국내에서 공연될 정도로 낯선 작품이다. 허풍쟁이이자 바람둥이, 몽상가, 위선자이기도 한 페르 귄트의 편력과 모험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의문과 종교적 성찰을 녹여낸 '페르 귄트'는 '북유럽의 파우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작품 자체보다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조곡'으로 더 알려졌다. 원작은 5막 38장으로 공연시간만 7시간에 달하는 대작이지만 이번에는 3시간 분량으로 압축했다.

연출을 맡은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사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게 소원이었다"면서 "방황하고 헤매고 있는 시대에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인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연출의 중심은 작품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인 색깔을 덧씌우는 것이다. '페르 귄트'가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스칸디나비아와 스코틀랜드 전설에 나오는 거인 트롤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소외된 집단으로 바뀌었다.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난파하는 배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은 비행기로 옮겨졌다.

이를 통해 19세기 이야기가 21세기에도 유효함을 입증한다. 양 대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느끼는 부분에 주목하려고 했다"면서 "무대에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연극을 보면서 각자의 인생 경험을 떠올리고 감성과 이성에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 대사가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자기 자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선보였던 양 대표는 "셰익스피어가 남성적이고 거대하다면 입센은 좀 더 감성적이고 사유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페르 귄트'는 다음 달 9∼1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02-2005-0114).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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