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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검찰이 노무현에 당당하려면

[백화종 칼럼] 검찰이 노무현에 당당하려면 기사의 사진

"장개석 군대"라는 말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는 물론 해방 후에도 우리의 독립을 위해 힘써준 장제스(蔣介石) 전 자유중국 총통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기강이 안 선 집단을 일컫는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중국 내전 때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가 적인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 군대에 무기까지 팔아먹을 만큼 부패했었다는 데서 유래했단다.

그 장제스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쫓겨난 뒤 그 원인이 부정부패에 있었다고 판단하여 국정의 일차적 목표를 부정부패 척결에 두었다. 때마침 자신의 며느리가 밀수에 연루된 사건이 벌어졌다. 장제스는 며느리에게 선물 상자 하나를 보냈다. 며느리가 열어보니 권총이 들어 있었다. 며느리는 권총 자살했다.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통치자의 결연한 의지와 관련하여 흔히 인용되는 일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에 즈음하여 가족들과 친인척, 또는 측근들에게 이 일화를 들려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중 2명은 본인이 직접, 그리고 2명은 자식들이 부정 혐의로 감옥에 갔으며 이제 다시 1명은 본인과 가족들이 수뢰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당연히 이 일화는 지금의 최고 통치자인 이명박 대통령도 결코 가벼이 들어 넘겨서는 안될 타산지석이다. 그러나 기자는 이 대통령뿐 아니라 당장 박연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부터 이 일화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민주당이 박연차 사건과 관련한 이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며 특검 법안을 제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천신일씨의 구체적 혐의를 포착하여 출국 금지시켰다며 곧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보아 검찰이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충분히 해소해 줄진 모르겠으나 살아 있는 권력인 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여권 인사들의 혐의도 그냥 덮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각에서 검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노 전 대통령 등을 법정에 세우기 전에 박연차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먼저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것이다. 장제스가 부정을 저지른 며느리를 단죄했듯이.

그리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 살을 도려내는 그 비장한 모습에서 검찰의 단호한 의지를 읽고 믿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정치 보복을 당했다"거나 "재수 없어 억울하게 걸렸다"는 등의 불평을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그 서슬때문에 수사에 대한 외압이나 정치 공세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검찰이 종전에 흔히 그랬듯이 제 식구 감싸는 것으로 비친다면 아무리 수사를 공정하고 철저히 하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자칫하다간 "선별 처리" "정치 보복" 등의 인상을 줌으로써 처벌을 받는 사람들에게까지 정치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님 말씀까지 빌릴 것도 없이 수술을 위해 집도하는 의사라면 자신과 주변부터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큰 수술일 때는 더욱 그렇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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