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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통섭형 인간


몇 년 전 일본의 대표 지성 중 한 명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형 엘리트에 대해 '전문화된 천치들'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그가 말한 '전문화된 천치'란 지적 편식과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 전문 분야에만 매몰된 교수, 19세기적 사고방식에 안주하는 지식인들이다. 다치바나가 '전문화된 천치' 대신 제시한 인간상은 '균형형 인간'이다. 전공뿐 아니라 문·이과라는 구분을 넘어 우주, 생명, 컴퓨터, 철학, 역사, 문학 같은 다양한 학문을 균형 있게 섭렵한 인간을 말한다.

균형형 인간은 '통섭(統攝)형 인간'이다. 통섭은 요즘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개념이다. 대학에선 통섭이란 이름의 학문 간 경계 허물기가 다양하게 시도된다. 자연과학자 간에는 물론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공동 연구도 드물지 않다. 공대생에게 경영이론을 배우게 하고, 인문학도에게 기초과학 강좌를 수강토록 권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통섭학과, 통섭대학까지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주 서울대에선 '통합적 학문 연구의 가능성과 전망'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도 열렸다. 여기선 최근 주목받는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보편적 통섭' 개념을 주제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공자들이 논문 9편을 발표해 학문 통섭의 새로운 관점과 전망을 제시했다.

기업도 통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인문적 통찰력과 과학기술 지식을 두루 갖춘 통섭형 인재를 찾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CEO들도 역사 철학 인류학 등 인문 강의를 듣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포스코에 간부용 '수요 인문학 강좌'가 생기고, 대한상공회의소의 'CEO 독서 아카데미'가 성황을 이루며, 각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이 인기를 끄는 것은 통섭 열기를 상징한다. 기업이 기술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디자인 등 예술적 안목과 시대적 트렌드, 고객의 니즈 변화를 읽는 인문적 통찰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통섭형 인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풍부한 독서와 창의적 사고를 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문제풀이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 '전문화된 천치들'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박동수 펋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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