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함께 호흡한 ‘6시간23분’ 모보경 명창 판소리 ‘춘향가’ 완창

관객과 함께 호흡한 ‘6시간23분’ 모보경 명창 판소리 ‘춘향가’ 완창 기사의 사진

지난 25일 서울 장충단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모보경(45)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 완창이 있었다. 관람에 앞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무려 여섯 시간짜리 공연이기 때문이었다. 2시간짜리 영화 3편, 1시간짜리 드라마 6편을 한 번에 이어보는 셈이다. 다행히 2시간씩 세 번을 끊어가고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여섯 시간이 주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오후 3시15분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모 명창이 선보인 '춘향가'는 정정렬제 춘향가로 춘향과 이몽룡이 월매 몰래 첫날밤을 보낸다거나, 춘향과 이몽룡이 오리정에 나가 이별을 하는 '오리정 이별' 장면 등 기존 춘향가와 다소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음악 부분에서도 더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 명창은 어머니 최승희 명창으로부터 정정렬제 춘향가를 익혔고, 2000년에는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차지하며 모녀가 동시에 장원을 한 최초의 명창이 됐다.

모 명창이 소리를 시작하자 관객들도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객석에서는 거의 1분마다 '얼씨구' '좋구나' '그렇지' 등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공연이 두 시간을 넘으면서 집중력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영화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이 정도면 이미 끝날 시간이라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 같았다. 다른 관객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두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자리를 뜨는 관객이 있었다. 따라나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후 5시43분, 공연 시작 2시간28분 만에야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앞으로 네 시간을 더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이 더해진다.

오후 6시 다시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은 427석 규모의 달오름극장에 3분의 2가량을 채웠다. 시작할 때와 같았다. 두어 시간 판소리를 듣고 나니 고수(鼓手)와 창자(唱者) 두 명이 만들어내는 무대가 제법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판소리를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다. 언제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장단을 듣고 있자니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판소리에 사용되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니란 점도 기자와 같은 초보자가 듣기에는 버거운 요소로 작용했다.

오후 8시, 마지막 무대에 앞서 모 명창의 스승이자 어머니 최승희 명창이 "이 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는 여러분은 대단한 청중"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오후 9시가 되자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왔다. 저녁도 거르고 계속되는 공연에 관객도, 무대에서 홀로 서 있는 모 명창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모 명창은 목이 잠긴 듯 소리가 끊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더 크게 추임새를 넣어 힘을 보탰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아예 관객들이 모 명창과 함께 소리를 했다. 끊임없는 추임새와 박수, 모 명창과 주고받는 소리. 공연은 6시간을 넘기면서 창자와 관객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었다.

오후 9시38분, 공연이 시작된 지 6시간23분 만에 공연이 끝났다. 모 명창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도전을 격려했다. 길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지만 모 명창의 판소리 완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했다. 누군가 다시 판소리 완창을 보겠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가겠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판소리가 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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