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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는 수다한 식물이 등장한다. 아담과 하와에 대한 징벌 요인이 되었던 생명나무 같은 상징 수목은 차치하고라도, 올리브(감람), 포도, 겨자, 무화과, 우슬초, 상수리, 버들, 신풍, 살구, 종려, 싯딤(아카시아), 뽕, 잣, 전, 솔, 향, 가시, 녹두 등 거의 식물도감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아하고 기품 있게 등장하는 나무가 백향목(Cedrus libani Loudon)이다. 구약의 레위기에서 스가랴에 이르기까지 무려 70여회나 등장해 왕의 권위와 영광, 번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향기롭고 호화로운 자태를 뽐낸다.

레바논의 삼나무(히브리명 '에레즈 하레바논')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레바논이 원산이고 그 나라 국목(國木)이기도 하다. 따라서 레바논산을 으뜸으로 친다. 당연히 성전과 왕궁의 목재로 각광받았다.

다윗이 선지자 나단에게 자신은 백향목 궁에 거하는데 정작 하나님의 궤가 휘장 가운데 있는 것을 민망히 여겨 성전을 새로 지을 뜻을 피력하지만, 다윗의 아들에게 성전 건축을 시키겠다는 여호와의 응답에 따라 성전 짓기를 포기한다(삼하 7:2∼11). 여호와의 예시대로 후일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레바논으로부터 백향목을 수입해 7년에 걸쳐 성전을 짓고 예루살렘 왕궁도 증축한다(왕상 9:10∼14).

백향목은 건축 외에도 쓸모가 많다. 껍질에 상처를 내 뽑아내는 진액엔 방부 및 방충 물질이 들어 있어 로마시대엔 책에 뿌려 좀 스는 것을 막는 데 썼다. 또 불에 태워도 연기나 재가 거의 없어 고급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백향목을 형상화한 인공섬이 레바논 해안에 건설될 계획이라고 한다. 누르 인터내셔널 홀딩이라는 업체가 80억달러를 들여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백향목 섬 프로젝트'. 우리네 민화에 등장하는 후덕한 소나무를 연상케 하는 백향목 섬의 조감도만으로도 현지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백향목 섬 프로젝트가 혹여 레바논의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지중해 연안의 해양 오염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팜 아일랜드, 팜 주메이라, 더 월드 등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두바이의 선례처럼 말이다.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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